못난이 푸드(ugly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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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만큼 곱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큰 우리 민족은 축복받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배경으로 단아하고도 눈부신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문화재를 곳곳에 남겼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네 인물도 전 세계에 내놓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미스 코리아는 서구적인 미를 잣대로 하는 세계 대회에서도 인정받아온 지 꽤 오래이며, 특히 최근 BTS의 뷔, 블랙핑크의 제니 등 한류스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로 꼽혀 세계인의 추앙과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다.

식문화에서도 아름다움은 중요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은 물론이요, 예로부터 제수뿐만 아니라 선물용 농산물도 크고 잘생기고 빛깔이 고운, 상처와 흠집 없는 과일과 채소를 사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또 여성이 새 생명을 잉태했을 때도 티 없이 곱고 예쁜 것만 보고 먹으라는 덕담을 건네는 것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듣는다. 이 때문인지 농림축산식품부 2018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과채 생산량의 10~30%는 ‘등급외’ 농산물로 분류된다. 또, 전국 128개의 산지농협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색상, 크기, 무게 및 흠집 등 외적인 기준에 미달하는 못난이 농산물은 결국 폐기된다고 응답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의 경우도 생산량의 20%, 200억 달러에 달하는 못난이 푸드가 별다른 이유 없이 버려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매년 30억t의 농산물 중 못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분량이 13억t이다. 즉, 약 3분의 1의 농산물이 영양이나 신선도에는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하지만 음식폐기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탄소 배출량의 8%이며, 뒤처리를 위해 지구상의 담수 20%가량이 사용된다.

다행인 것은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착한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못난이 푸드를 적극적으로 소비하자는 캠페인이 미국과 영국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과 폭설, 홍수와 자연재해를 비롯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환경오염을 줄여야 하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또한, 못난이 푸드가 상품성을 갖춘 농산물에 비해 황산화 영양이 더 풍부하며 잔류농약 함량도 낮다는 연구들이 나와 더욱 못난이 푸드를 지지해 준다.

작년 한국소비자원의 못난이 푸드에 대한 구매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5%가 못난이 푸드를 구매한 적이 있고, 만족도는 평균 3.71점(5점 만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못난이 푸드를 구매한 소비자의 95.5%가 재구매 의사가 있으나, 구매 활성화를 위해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응답이 55.6%로 가장 많았고, 인지도 향상을 위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17.3%를 차지했다. 한편, 구매 경험이 없는 소비자 중 못난이 푸드를 모른다고 답한 225명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결과 65.3%가 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제주의 과잉 관광(over tourism)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한 환경오염과 쓰레기로 인해 섬 전체 구석구석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음식쓰레기 또한 골칫거리다. 새 도정은 못난이 제주 농산물 활성화를 통해 쓰레기를 줄여 탄소배출 저감은 물론, 도내의 착한소비를 진작시켜 지역 농가의 경제적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기대해 보면 어떨까.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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