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이동 사다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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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동네와 교류’. 최근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보도된 네이처지에 게재된 한 연구 결과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다. 그 내용은 가난한 집 아이라도 부유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동네에서 자라면 성인이 돼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잘 사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들끼리,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끼리만 지내기보다 서로 이웃이 돼 교류하고 소통하면 계층 이동을 촉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도에 따르면 저소득층 어린이라도 친구의 70% 이상이 고소득층인 동네에서 자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인이 됐을 때 소득이 2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뉴욕대, 스탠퍼드대 등의 연구진이 미국인 25~44세 성인의 84%에 달하는 페이스북 계정 7220만개를 분석해 얻어낸 결과다. 납세 기록, 성별, 대학, 이용 중인 휴대전화의 가격 등도 활용했다. 하버드대 교수는 “여러 계층이 사는 동네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교육적으로도 시선을 끈다.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로드리케스고교는 미국에서 일반적인 공립 고교보다 학생층이 다양하다. 30%는 백인이고 70%는 유색인이다. 부유한 지역에 있어 부자의 자녀들도 있지만 먼 곳에서 등교하는 가난한 이의 자녀도 많다.

일반적으로 인종적, 경제적으로 다양성이 큰 학교는 끼리끼리 어울리지, 계층 간 관계 형성이 적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관계 형성을 의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도모했다. 수업을 2개 학급이 이틀마다 2시간씩 함께 하도록 짰다. 여러 계층의 학생들이 함께하는 과외 활동도 장려했다. 성적별로 구분해 ‘우열반’을 만들기보다 서로 섞이도록 한 결과 대학 진학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저소득층 출신의 변호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성공은 고교 때 부유한 친구들과 맺은 우정 덕분”이라며 그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대학 입학시험인 SAT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했다.

▲어떻게 여러 계층을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일례로 도시라면 중앙에 공원 등 공동체 활동 공간을 배치하면 서로의 관계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학자들은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끼리끼리 문화’에 물든 미국 사회를 개선할 수단이라고 평했다.

양극화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실종되다시피 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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