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추적 중견국을 지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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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형,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논설위원

미·중 간 긴장이 점입가경이다.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일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국가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싱가포르, 한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들 순방 중의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중국당국은 인지하는 것 같다. 바이든 정부는 수차례 대만은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무력으로 대만을 정복하려는 것에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영토 보존을 최우선의 국가이익으로 간주하고 있어 이러한 미국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권과 법치를 무시하고 있고,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앞두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이미 1991년 중국 방문 중에 펠로시 의원은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를 위해 숨진 이들에게 바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펠로시는 중국당국으로부터 ‘외교적 기피인물’로 각인되어 있기도 하다. 중국은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은 우리 국회의장과의 면담만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회담을 갖지 않고 전화 통화만 했다.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최고 지도자들이 다 만나는데 유독 한국만 안 만난다면 이는 미국이나 중국 정부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에게는 신뢰할 수 없는 우방으로, 중국에게는 조금만 하면 탈미화 시킬 수 있는 국가로 말이다.

한국은 GDP 순위 10위, 군사력에서는 6위의 국력을 가진 강소국이다. 주변에 강대국들이 포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약소국으로 보이지만,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중견국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연유로 어정쩡한 양다리 걸치기 균형외교를 취해왔으나, 이제는 우리의 대외원칙을 세우고 당당하게 천명해야 한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국가들과 같은 입장에 서겠다고 말이다. 이러는 한편, 한국은 강소국으로서 ‘중추적 중견국(a pivotal middle power)’을 지향해가야 한다.

중추적 중견국이란 강대국들 사이, 중견국과 약소국들 사이에서 연합을 형성할 때, 인기가 높은 중견국 파트너 국가로서 지역체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드 파워와 인간 안보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를 보유한 국가를 의미한다. 한국은 대표적 중추적 중견국이다. ‘30·50클럽’, 즉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총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몇 안되는 국가들 중 하나이다. 게다가 한국은 유엔평화유지 활동, 기후변화, 녹색성장, 지속가능한 발전,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등 다양한 인간안보 이슈와 관련된 다자체제에서 리더십을 적극 발휘하고 있다. 한국과 호주가 2008년 G20 정상회의 탄생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그 예이다.

중추적 중견국으로 이미 부상한 한국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잘 접합한 ‘스마트 파워’를 잘 활용하여 미·중 사이에서 대전략에 입각한 예측가능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안보문제 있어서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경제통상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자유무역과 시장경제체제를 옹호하는 국가들과의 협력 증진을 통해 한국 특유의 중추적 중견국 외교를 펼쳐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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