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密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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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2016년 개봉작 ‘밀정’은 7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다. 실제 있었던 1923년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송강호, 공유, 한지민, 엄태구 등이 출연했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로 친일을 선택한 이정출(송강호)과 그가 작전 대상으로 삼게 된 항일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이 영화의 큰 축이다. 영화는 이들 사이 펼쳐지는 암투와 회유 작전을 그렸다.

▲밀정(密偵)은 ‘남몰래 사정을 살피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다. 전쟁 상대국, 반대 집단, 경쟁 단체, 적대세력 등에 들어가 몰래 또는 공인되지 않은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전복 활동 등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스파이, 첩자, 간자, 프락치 등이 비슷하게 사용된다.

밀정의 역사는 오래다. 허나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다. 다만 인류사회의 형성과 더불어 존재해왔다고 추정할 뿐이다. 학문적으론 중국 춘추시대의 ‘손자병법' 제13편 용간(用間)에 간자(間者)의 종류와 활용원리가 서술된 게 세계 최초의 정보수집 및 공작원리로 인정되고 있다.

▲밀정은 은밀하게 상대방의 치명적인 비밀을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공동체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부정적 존재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우리에겐 더 그러하다. 밀정들이 활개를 치면서 독립운동에 비수를 꽂았기 때문이다.

사실 일제는 우리의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진압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의 주도로 밀정을 양성했다. 밀정들은 사회 곳곳에서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나라를 팔고 동지를 팔아 넘긴 게다. 몇 해 전 한 방송이 그렇게 활동했던 밀정을 추적 조사한 결과 895명을 찾아낸 바 있다.

▲해방 정국을 거쳐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밀정 대신 ‘프락치’란 용어가 많이 쓰였다. 이들은 민주화운동과 노동ㆍ학생운동에 침투해 조직의 정보를 캐거나 와해ㆍ분열시키는 공작을 주로 했다. 당하는 조직 입장에선 용서할 수 없는 배신자인 셈이다.

최근 행정안전부 초대 경찰국장이 과거 노동운동을 하다 동료들을 밀고한 공로로 경찰에 특채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른바 밀정(프락치) 논란이다. 이에 따라 그 진위 여부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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