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인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동수 논설위원

인맥(人脈)을 말할 때 즐겨 인용되는 이론이 있다. ‘분리의 여섯 단계 이론’이다. 적어도 한 나라에서 모든 사람은 여섯 단계를 거치면 서로 아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1929년 헝가리의 작가 프리제시 카린시(1887~1938)가 처음으로 주장했으나, 미국 예일대의 스탠리 밀그램(1933~1984)이 실험을 통해 입증시켰다.

밀그램은 1960년대에 연쇄 편지 형식의 소포를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에 사는 160명에게 무작위로 보냈다. 그 소포에는 보스턴에서 일하는 한 증권 중개인의 이름이 있었다. 밀그램은 이 소포를 받은 사람들에게, 그 소포를 중개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해서 이 소포는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마침내 그 소포가 중개인에게 도착했는데, 절반가량은 여섯 단계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개중에는 3~4단계도 있었다.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인사 작업이 한창이다. 정무부지사와 양 행정시장 예정자를 내정한 것을 시작으로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이런 와중에 지금까지 단행된 인사 행태를 통해 보면 전임 원희룡 도정과 사뭇 다른 부분이 눈에 띈다.

원 도정 땐 상당수 정무직 자리에 제주와 연고가 없는 이들이 발탁됐다. 서울에서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3선을 하면서 쌓은 인맥에 치우친 감이 있었다. 특히 초반엔 그 정도가 심했다. 때문에 ‘동네 심방 알아주지 않는다’라는 속담처럼 지역 정서를 무시한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에 반해 오 도정에선 대개가 제주 토박이 출신이다. 향후 여러 자리에서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의 면면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선 ‘올드보이의 귀환’ 소리도 들린다. 제주도의원 2선과 제주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2선 등 20여 년 정치 이력과 관련이 깊다 할 것이다.

▲오래 선출직에 몸을 담고 있다 보면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이러다 보니 역대 모든 도정이 논공행상, 보은성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해 도민 갈등을 키웠다. 이번만은 유유상종, 끼리끼리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전적으로 입증된 ‘잡종강세’가 정치판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한다. 여섯 번 정도 수소문하겠다는 마음이면 좁은 지역도 탓할 것이 못 된다. 편협하면 고이고,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