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서도 ‘캥거루족’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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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캥거루는 그 새끼를 앞주머니에 넣고 보호한다. 그 동물을 바라보는 느낌도 넉넉하다. 캥거루처럼 자녀를 잘 돌 볼 수 있는 상황이 점점 멀어져 간다. 그 실제는 부모에게 손 벌리고 싶은 경우가 늘어만 간다.

우리는 어떠한가.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다가오지만 대책은 없다. 마흔 넘어서도 부모에게 손 벌리고 부모가 도와주기를 바라지만, 그 부모도 살아가는 일이 팍팍하지 않은가. 부모도 자녀를 도와 줄 형편이 되지 않게 노쇠해 간다.

우리나라 50세 미만 성인 10명 중 3명이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같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뿐 아니라 40대에서도 미혼자 2명 중 1명은 부모와 동거 중이었다. 늦은 결혼, 비혼 풍조가 퍼지고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 등이 겹쳐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6월호 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만19~40세 중 29.9%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만 19~49세 남녀 중 29.9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주거독립을 하는 계기는 결혼(36.4%), 진학, 직장 관련 순이었다. 미혼자는 64.1%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보통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간주하는 40대 미혼자가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9.2%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근육과 전쟁 중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인구에서 열 명 중 셋(2021년 기준)인 상황이다.

고령자가 누워 지내면 의료비, 간병비 등으로 한 달 평균 500만원을 쓴다. 고령자가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수준인 1641만 명인 일본. 이들 중 상당수가 노쇠해 누워 지내게 되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고령자가 간병 없이 자립할 수 있느냐는 국가의 흥망이 걸린 문제다.

일본이 처음부터 근육 불리기에 나선 것은 아니다. 1990년까지만 해도 걷기가 국민건강 캠페인 대표 종목이었다. 그러나 걷기만 해서는 노쇠를 막을 수 없다는 연구들이 나왔다. 고령사회에서 걷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 전역에 근력 운동 붐이 일어난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누군가 그 몫을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점차 어려운 삶이 되어간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눈앞인데, 한국엔 국립 노화 장수 연구소가 없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고령화 비율 7%일 때 장수 연구소 열어 어떻게 늙어 가는지 분석하고 노쇠를 막는 법을 연구 개발해 보급했다.

우리는 4년 후면 노령인구 20%를 넘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17.5%로 이미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4년 후인 2026년이면 우리도 초고령사회가 눈앞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날 터이지만 미리 대책을 세우면 좀 나을 것이다.

사회가 노쇠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난다. 앞에서 들었던 ‘캥거루족’은 취업난부터 주거문제까지 해결이 되었으면 좋을 문제이지만, 그렇지 못하니 결혼적령기를 넘기는 ‘캥거루’를 꿈꾸게 된다. 캥거루인들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래도 취업은 해야 한다.

여러 가지로 취업문제가 길을 막는 그들에게, 이 더위에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 마흔 넘어서도 취업난, 주거비 부담, 결혼을 늦거나 안 해, 9.2%가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에게도 길은 있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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