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0) 식품 표시의 함정
제로(0) 식품 표시의 함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 논설위원

식품 표시는 식품표시기준에 의해 재료, 첨가물, 성분 등의 정보를 표시한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으로 선택하는데 필요한 식품 정보를 제공해주고, 생산자에게는 업체의 지향점을 제시하게 된다. 반면에 소비자가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식품 정보를 합법적으로 은폐하거나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으므로 어떤 정보를 어떻게 표시할 것인가는 중요한 소비자문제이다.

다이어트 음료의 공통된 특징은 칼로리가 제로(0)라는 것이고, 과자나 가공식품의 공통된 특징은 트랜스 지방이 제로(0)라는 것이다. 칼로리가 제로로 표시된 음료와 트랜스 지방이 제로(0)로 표시된 가공식품에는 실제로 칼로리가 전혀 없고 트랜스 지방이 전혀 없는 것일까?

식품 표시에서 소비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제로(0) 표시다. 식품업체의 숫자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식품 표시의 숫자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칼로리가 ‘0’으로 표시된 다이어트 음료에 칼로리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거나 트랜스지방이 ‘0’으로 표시된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이 함유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숫자 마케팅에서 잘 활용되는 숫자는 ‘100’과 ‘0’이다. ‘100’은 몸에 좋은 것은 듬뿍 넣었다는 의미로, ‘0’은 몸에 좋지 않은 것은 뺐다는 의미로 식품 표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숫자다.

‘100% ○○주스’라고 하면 과즙 100%인 주스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있다. 그러나 100% 과즙은 다른 과즙을 섞지 않고 해당 과즙만 썼다는 의미로, 색소, 향료 사용 여부와는 관계가 없으며, 농축과즙 외에 정제수, 향, 구연산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행 식품표시기준에 의하면, 1회 제공량이 설정된 식품은 1회 제공량에 함유된 값으로, 1회 제공량이 설정되지 않은 식품은 100㎖(g)당 함유된 값으로 표시하고 있다. 1회 섭취량 또는 100㎖(g)을 기준으로 열량은 5칼로리(㎉)미만이면 ‘제로 칼로리’로, 지방이나 당류는 0.5g 미만이면 ‘지방 무’, ‘당류 무’로, 트랜스지방은 100g당 0.2g미만이면 0g으로 표기할 수 있다. ‘0’ 표시가 함유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1회 섭취량 또는 100㎖(g) 당 열량은 4.9칼로리가 함유되어 있어도 ‘0’으로 표기할 수 있으며, 트랜스지방은 0.19g이 함유되어 있어도 ‘0’으로 표기할 수 있다.

제로 칼로리 음료는 설탕 대신 아스파탐이나 아세설판 칼슘과 같은 합성감미료를 이용하여 단맛을 낸다. 극소량으로도 많은 양의 설탕을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합성감미료이므로 칼로리 제로 음료를 마실 때 주의해야 한다. 물론 다이어트 음료인 제로 칼로리 음료에는 일반 음료보다 훨씬 적은 양의 당 성분이 들어 있다. 그러나 식품 표시만 믿고 제품을 섭취할 경우 다이어트에서 실패하기 쉽다.

‘무가당’ 표시가 있는 주스도 당분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이다. 과즙 같은 재료에는 얼마든지 당분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무설탕은 설탕만 ‘0’인 경우가 많고 설탕 대신 다른 당류를 넣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현행 식품표시기준의 ‘제로(0)’ 표시는 소비자 건강이나 알권리보다 식품업체의 편의와 간편한 행정업무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 건강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식품표시기준을 개정하여 소량이라도 사실대로 표시하도록 하여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