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발암물질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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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前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벤젠고리는 나프탈렌이나 안트라센과 같은 화합물을 형성하기 위해서 함께 결합할 수 있다. 이들 분자들에 벤젠고리가 추가로 결합해 벌집모양의 구조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복잡한 화합물은 콜타르(coal tar) 제조 시 만들어진다.

콜타르의 최초의 용도는 방부제였지만, 한때는 이를 하천에 방류시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이 물질을 악마의 물이라고 불렸을 정도였다. 그 후 타르 속에 벤젠, 톨루엔, 나프탈렌, 안트라센 등의 유용물질이 발견되고, 새로운 용도가 개발돼 타르 증류공업은 더욱 발전했다.

이들 화합물의 유해로운 결과는 유럽 콜타르 공장의 작업부에게서 피부암이 발생하면서 확인됐다. 그 후 벤젠고리가 결합된 화합물 중 몇 가지는 생쥐(mice)들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타르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벤젠고리가 결합된 다른 화합물들도 큰 유기분자의 일부분이 연소할 때 발견됐다. 이런 물질 중의 하나인 3,4-벤조피렌(benzopyrene)은 몇 만이라도 실험실 동물에게 암을 일으키는 데 충분하다. 동물에게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발암물질이라고 칭한다.

벤조피렌은 5개의 벤젠고리가 결합한 분자이다. 이것은 약 300~600도에서 불완전 연소를 통해 생성된 물질로 콜타르나 공장의 물질을 태운 후 연기를 내보내는 굴뚝, 자동차의 배기가스, 담배 연기, 탄 음식의 일부 등에서 나오는 물질이다.

특정암은 직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리라 생각한 초기의 시도로부터 암의 원인 물질을 밝혀보려는 연구들이 시작됐다. 영국인 의사 퍼시발 팟(Percivall Pott)1775년 처음으로 굴뚝 청소부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피부암에 걸린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굴뚝의 분진에서 벤조피렌이 분리되고, 이 화합물이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몇 가지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사실은 1933년이 돼서야 규명됐다.

1895년 독일인 의사 렌(Rehn) 등은 3명의 방광암 환자를 발견했는데, 그들은 모두 라인 밸리지역의 염료원료 생산회사에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1937년에 의심 가는 염료 중간물질 중에 하나인 2-나프틸아민(naphthylamine)을 하루 0.5g씩 개에게 오랜 기간 동안 투여하면 방광암이 발생하는 것이 알려졌다.

방대한 분량의 연구결과들에 의해 다양한 종류의 화합물들이 발암성 작용을 지니고 있음이 알려졌다. 이러한 연구는 화합물과 암 간의 관계에 관해 몇 가지 일반적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하등동물에 대한 발암성 효과는 사람에게도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어떤 발암성 물질들은 한 번에 다량으로 투여해도 비교적 무독성이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투여될 때, 그리고 횟수가 증가할수록 매우 큰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므로 발암물질 연구에는 인내와 시간, 그리고 비용이 소요된다.

육종암(sarcoma)은 첫 암세포가 발현된 후 임상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날 때까지 무려 20~3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인간의 평균 예상수명이 길어지면서 암으로 죽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암은 세계 각처에서 동일한 빈도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유방암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일본에서 덜 발생한다. 위암은 특히 남성에 있어 미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흔하다. 간암은 서구에는 많지 않으나 아프리카 반투(Bantu)족과 극동지역의 특정집단에는 발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의 발생빈도는 산업화된 나라에서 높고 상당한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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