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소송과 고루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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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논설위원

왜 민주주의에 기계가 쉽게 이용돼서는 안 되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하여 케임브리지대학 D. 러시먼 교수가 최근 저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신호들”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정치판에서 기계에 집중적으로 의존하다보면 우리 스스로 부당하게 착취당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자기 입맛에 맞게 기계를 사용할 줄 아는 무자비한 인간이 그렇게 한다. 기술에 의존하는 세상에서는 그 기술에 대해 정통한 정치꾼이 곧 왕이기 때문이다.”

2020월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야당의 참패로 끝나자 야당 일각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됐다. 이 논란은 특히 낙선한 야당후보자 등으로부터 집중 제기됨으로써 큰 파장을 불러왔다. 물론 이에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음모론으로 몰아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서 민경욱 전 국회의원 등이 총선무효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7월 28일 민경욱 전 의원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그 판결문에 의하면, 투개표 과정에 컴퓨터 등이 사용된 점을 무시하고 소송의 주장·입증책임은 전적으로 원고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그 결과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원고는 그 위반의 주체, 시기,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 증명하거나 적어도 선거규정에 위반된 사실의 존재를 합리적이고 명백하게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구체적인 주장과 증거를 제시해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러시먼 교수는 “컴퓨터 기술이 부당하게 이용되는 경우 특정 성향의 유권자를 겨냥해 기계가 메시지를 보내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내는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컴퓨터가 인간의 반응을 해내는 능력이 오용되면 민주주의가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왜 선거 등 민주주의를 개선하기 위해 쉽게 기계를 사용하면 안 되는 걸까? 까다로워 보이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기계 사용은 저주라기보다는 도움이 더 큰데 말이다. 기계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면 기계는 자료가 안내하는 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계가 문제를 해결해 주고 정치인은 우리에게 그 해법의 의미를 이해시킨다면 민주주의는 더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몇 가지가 선행돼 조건을 해결해 내야 할 것이다. 컴퓨터 기계들과 현재 그 기계를 관리하는 자들을 통제할 수단을 먼저 찾아내서 제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컴퓨터 기계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관리자의 의도된 목적에 따라 조작하여 오용하거나 제한될 위험이 경험에 비추어 상존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선거소송의 주장·증명 책임이 전적으로 원고에게 있다는 위의 판결, 즉 선고무효사유에 해당하는 부정선거의 실행 주체의 존부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채 원고가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그칠 뿐, 선거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은 원고에게 과도한 입증책임 부과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고의 구체적인 선거무효 사유 주장 또한 증거조사 결과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 또한 과도한 입증 책임 부과라 할 것이다. 특히 선거과정에 컴퓨터 기계가 사용되었다는 점을 무시하고 통상적 사건심리 절차에 따라 고루한 판단을 내렸다.

변화된 시대상황에서의 선거상황을 무시하고 타성적으로 면피하듯 기각 판결을 내렸다. 한국 민주주의가 걱정스럽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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