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인가, ‘환골탈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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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편집국 부국장

얼마 전 제주도감사위원회가 공개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의 감사 결과는 ICC제주가 제주도가 출자한 기관이자 공공기관인지를 의심하게 할 정도다.

더욱이 이번 감사는 갑질행위, 수의계약 쪼개기, 하청업체 리베이트, 채용비리 등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고용노동부, 경찰 등의 기관에서 조사·감사 중인 사항을 제외한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어떤 문제가 또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감사 결과 최근 4년 동안 ICC제주는 125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제주도에서 지원된 보조금은 135억원에 달했다. 매년 수십억원의 혈세가 지원되고 있는데 수십억원의 적자를 낸 것이다. ICC제주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코로나19로 영업에 어려움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수익을 내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막대한 적자를 보면서도 경영개선 노력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손해가 발생하는데 원가계산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내부 시설은 임대 계약을 하지 못해 빈 채로 남겨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부대 사업도 발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감사위의 판단이다.

또한 2016년과 2019년 종합감사에서 563건, 총 79억5696만원 상당의 계약 관련 자료를 누락해 기관경고 조치됐다.

채용과 인사, 계약도 가관이다. 규정을 위반해 공채 없이 내부 추천으로 임시직을 뽑고, 공채를 해도 경력이 너무 많아 임금 책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서류전형에서 탈락시키는가 하면 아예 서류전형 없이 면접만으로 직원을 뽑기도 했다.

면접위원에 외부인사를 2분의 1 이상을 위촉해야 하지만 1명도 위촉하지 않고, 내부 직원끼리 서류·면접위원을 중복으로 구성해 직원을 선발했다. 더욱이 면접자의 면접 날짜를 다르게 하고, 평가점수를 다시 부여하는 등 면접심사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됐다.

ICC제주의 정원은 43명인데, 관리직이 될 수 있는 3급 이상과 그렇지 않은 4급 이하 직원의 비율을 1대1로 정했다. 그 결과 3급 이상 16명, 4급 이하 16명을 두는 등 조직 자체가 불합리했고, 부서별 직급과 정원을 정하지 않아 직원이 4명인 한 부서에 2급이 3명이나 배치되는 이상한 일도 있다.

여기에 근로계약서 없는 채용, 규정을 위반한 특별 승진과 직급 부여, 부정적인 인사고과 등 인사와 조직에 관련된 부적절한 행위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체결된 수의계약 48건(7억6800만원)이 6개 업체와 5~8번씩 계약되는 등 특정업체에 집중됐고, 더욱이 이들 6개 업체 중 3개 업체의 대표는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쪼개기 수의계약, 1인 견적 수의계약 등도 수두룩했다.

2003년 3월 개관한 ICC제주는 내년 20주년을 맞는다.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국제회의 전문시설로 도약하기는커녕 각종 비리와 비효율, 무능력, 도덕적 해이에 휩싸인 ‘복마전’(伏魔殿)으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이 총체적인 위기 속에서도 내부에서는 직원들끼리 갈등과 반목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ICC제주에 있다. 통렬하게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출자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제주도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개관 20년을 앞두고 최악의 위기에 처한 ICC제주는 이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뼈를 깎고 살을 태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ICC제주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환골탈태’(換骨奪胎 )하지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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