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며 완벽주의자로 공직을 마감한 K국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퇴직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명예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 꿈에 미련을 갖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분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지만 본인은 좀처럼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더 열심히 잘해야만 해”라며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자신이 설정해 놓은 이상만을 좇으며 현재의 자신을 부정해 버리는 이상주의자인 K국장에게 나만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지혜를 소개한다.
필자가 직접 겪은 것들과 독서를 통해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면 흔히 이상적인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부정하고, 이상주의자는 “~해야 한다, ~해서는 안된다”라는 수많은 관념에 얽매인다. 각각의 관념들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모든 사항을 자신에게 적용하면 숨이 막힌다. 이상주의와 비슷한 것이 완벽주의이다.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를 못 견디고 자신을 옭아매려고 한다. “확실히, 빈틈 없이” 해야 한다며 자신을 감시한다. 이상주의자와 완벽주의자는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자신에게 요구한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를 바꿔 말하면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이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남에게는 당연히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실수했을 때는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아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다른 사람들이 아주 사소한 뭔가를 해낸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라고 칭찬하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해냈을 때는 “아직도 이 정도밖에 못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나 자신이 “예전보다 성장했구나”라고 할만한 순간에도 금세 나보다 잘나 보이는 사람을 찾아내 “역시 난 한참 멀었다”라며 스스로 다그친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남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남을 대하듯 자신을 대해야 한다. 현재의 자신을 긍정하며 지금 내가 가진 행복을 찾아야 한다. 행복은 바로 내 안에 있다.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 비로소 “그때가 행복했다”라고 깨닫게 한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의 행복을 만끽해야 한다. 과로가 습관이 되면 마음이 마비된다. 과로를 당연하게 여기다 보면 자신이 과로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가끔은 게을러도 괜찮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수많은 관념을 가지고 다양한 가치관에 따라 좋고 나쁨과 옳고 그름을 머리로 판단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면 이런 관념과 가치관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놓아야 한다. 긍정적인 자기수용이 쉽지 않다면 친구가 같은 고민을 털어놓을 때 뭐라고 말해줄까?라고 관점을 바꿔보자. 친구의 일이었다면 K국장은 어떤 말을 건넸을까? K국장에게 자신의 매력, 장점, 재능을 찾아 칭찬 일기 쓰기를 실천해 보라고 하며 헤어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지금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나에게 너무 엄격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나를 내려놓는 순간 행복이 찾아온다. 지금까지 남들에게 해줬던 배려와 응원의 말이 이 순간 자신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원후, 심리상담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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