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革新)은 만능(萬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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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장/ 논설위원

급진적인 변화를 일컬어 혁명이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된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 등등이다. 혁명 자체의 고유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역성혁명, 군사혁명, 시민혁명 등등의 사례가 그러하다. 우리는 항상 변화 속에 살고 있다. 수용 여부나 느낌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변화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이다. 변화는 진행형인 것이다.

무엇인가 변화가 생기면, 흔하게 접하는 글귀가 있다. 변화(變化)와 혁신(革新)이다. 기업이든 기관이든, 정부든 정권이든 간에 변화와 혁신을 주창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필자 또한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었던 때가 있었다. 변화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 기억을 더듬어 본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 정의하고 있다. 완전히 바꾸고 새롭게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가. 그래서 가죽을 벗기는 아픔에 비유하기도 한다. 변화가 생기면, 이를 따라가고자 하는 세력과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양자를 만족시키는 혁신은 어려움이 수반된다.

18세기 중반의 산업혁명은 농업사회에서 불과 250년 만에 소득을 100배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농업은 2배 증가하고, 그 외 산업은 50배 증가하는 대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혁명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은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 이후의 영국에서는 1인당 소득이 100배 증가하는 반면, 상위 10%의 부(富)는 50%에서 20% 내외로 평준화를 보였다는 점이다. 소득 증가와 부의 분배가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한편, 아프리카와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소득은 정체되고 부의 불균형은 심화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산업혁명의 결과가 완전히 상반된 현상을 야기한 것이다. 무엇이 원인인가. 산업혁명과 같은 혁신에는 유연함과 관용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함을 볼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와 같은 관용의 정신이 작동하는 사회와 승자 독식의 원리가 작동하는 사회의 극명한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변화가 일어나 수직상승의 결과를 보이는 데에는 혁신이 주동력으로 작용하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혁신이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혁신은 과정이다. 변화가 진행형이듯 혁신도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과정으로써 인정돼야 한다. 패자에게도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분배에서도 일회성 평등이 아닌, 장기적 평등의 원리가 지배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혁신은 불균형을 초래한다. 적절한 불균형이 혁신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이 반복되면서 균형이 잡혀가는 혁신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국방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현상이 그러하다. 분명 혁신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현명한 혁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완전히 바꾸는 것에 집착하여 불공정한 분배와 또 다른 변화가 요구되는 악순환은 경계해야 한다. 편향된 이념이나 가치관에 얽매인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 혁신이 성공하여도 혁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변화는 항상 일어나며, 혁신은 이를 대처하는 하나의 과정이기에 그렇다. 혁신이 만능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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