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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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 논설위원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창문으로 다가가 한라산을 본다. 그때마다 한라산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같은 모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얀 구름을 옅게 눌러쓴 때도 있고 먹구름을 뒤집어쓴 때도 있다. 회색 구름으로 완전히 가릴 때도 있다. 어떤 때는 구름 한 점 없는 선명한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오기도 한다.

계절에 따라 맞춤형 색도 선보인다. 아래에서부터 높은 곳까지 시간을 두고 서서히 바꾼다. 또는 위에서 아래로 바꾸기도 한다. 하얀 설경으로 장식하는가 하면 옅은 초록에서부터 짙푸른 초록으로 물결을 이룬다. 울룩불룩 단풍의 멋도 뽐낸다. 또는 길게 늘어진 능선 따라 부드러움을 더한다. 깊게 팬 계곡으로는 거칠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감아낸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겸비한다.

그리고 한라산은 중심에 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변함없이 한 곳에 우뚝 서 있다. 누구나 언제든지 고개만 돌리면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다. 지위고하 그런 것 가리지 않는다. 잘 나고 못난 것도 따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한라산은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힘을 제공한다. 꿈과 희망을 품게 하고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라산은 제주인들의 마음속 감성을 자극하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라산을 노래하고 시를 읊고 소설과 수필을 썼는가? 이렇듯 한라산은 우리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고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 한라산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첫째는 기둥에 있다. 한 가정이나 단체에서도 이를 이끌어가는 믿음직한 사람이 있을 때 안정적이다. 어떤 마음이나 사상에 있어서도 이를 구성하고 있는 중심이 잘 서야 흔들리지 않는다. 한라산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는 발원지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아래로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능선이나 계곡이나 하천이 그렇다. 거대한 물줄기 시발점도 백록담에 있다. 셋째는 기복이다. 백록담에서 해안까지 경사를 이루며 곡선으로 뻗어 나가는 지형은 기복이다. 웅장하게 솟아오르기도 하고 깊고 깊게 파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복 지형에는 산록이 있고 계곡이 있고 능선이 있고 오름이 있다.

넷째는 변화무쌍한 기상이다. 날씨가 수시로 바뀐다. 한라산이라는 높고 거대한 벽은 기후의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동서남북은 물론 고도에 따른 차이다. 다섯째는 식생이다. 이런 기후 조건은 식물이나 동물에게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옷을 선보이며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식생의 수직분포 때문이다.

여섯째는 진산이다. 그렇게 형성된 한라산은 제주인들의 삶의 공간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주산이다. 일곱째는 전설이다. 한라산 속살에는 지형지물에 따라 갖가지 전설이 녹아있다. 또는 기복의 풍부함은 풍수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덟째는 심장이다. 한라산은 제주인들의 삶의 현장이며 역사이며 문화다. 그곳에서 숨을 쉬며 살아왔던 제주인들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 아홉째는 공명이다. 이런 모든 치유인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에너지 공명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한라산 치유인자들로 둘러싸인 등산로나 둘레길, 치유의숲을 따라 오감 보행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숲의 향기를 맡고 울퉁불퉁 현무암 돌길을 밟는다. 한라산 치유인자와 공명하며 치유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한라산은 제주인들의 영원한 건강의 동반자이며 안식처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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