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기 어려운 식탁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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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의 햇빛을 먹고 있는 나무들이 건강해 보인다.

짙은 녹음으로 덮인 나무들의 모습도 4월보다는 한층 살찐 것처럼 느껴진다. 하긴 햇빛이 오염됐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깨끗한 음식을 먹고 있는 나무들이 건강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2008년 5월, 다이어트를 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계절로 기억될 듯 하다.

식탁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먼저 광우병 파동이 24시간 귓가를 때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미국산 유전자 변형(GMO)식용옥수수도 속속 수입되고 있다.

먼저 광우병 파동은 이 정부 들어 기존의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이라는 위생조건에서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라도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수입이 가능케 된데서 비롯됐다.

문제는 수입 쇠고기에서 뼛조각만 발견되면 위험하다며 반송 처리하던 당국자들이 정부가 바뀌자마자 안전하다고 앵무새처럼 떠들어 대는 태도다.

이것이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까닭이다.

과학적 근거를 떠나 짧은 시일 내 쇠고기 수입을 놓고 말을 바꾸는 정부측은 정말 국민을 위해 오늘을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광우병 파동을 놓고 이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것도 문제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해도 수입이 금지되지 않는다고 해놓고 국민들이 반발하자 이제는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한다.

학교와 군대 급식에도 수입 쇠고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특히 미국정부가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이미 예고한 것보다 더 완화한 조치를 내놓았는데도 정부는 영문보도를 잘못 해석해 30개월 이상 된 미국 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국민들에게 영어 몰입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이 정부가 대외 협정의 ABC도 모른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포함된 대한민국의 오늘이 이 정도다.

어떤 정책 추진에 있어 최소한 지난 정부가 운영했던 ‘로드 맵’이라도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유전자 변형 식용 옥수수 5만 7000여 톤도 지난 1일 울산항을 통해 수입되는 등 수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수입된 유전자 변형 옥수수는 물엿, 액상과당, 올리고당 등의 형태로 과자, 음료수, 빙과류 등 가공식품 전반에 널리 쓰이는 전분당 원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과학자들의 입장도 양분돼 있다. 한쪽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불안은 과학이 조절할 수 없는 모양이다.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과자나 음료수를 먹고 마실 때 에도 유전자 변형 작물이 포함됐는지를 눈 크게 뜨고 살펴봐야겠다. 그런데 식용유와 간장 등 가공식품은 가공 중에 열처리를 거치면서 삽입 유전자가 파괴되기 때문에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한다. 그러면 눈 크게 뜨고 살펴봐도 소용이 없겠다.

한편 이 나라의 수도인 서울특별시까지 조류인플루엔자(AI)에 점령당했다.

물론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가 서울과 지방을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방제수준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자칭 프로라 하는 사람들이 키를 잡고 있는 ‘대한민국호’가 바다도 아니고 산도 아닌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먹거리 걱정과 정부의 한심한 행정 행태를 보노라니 마음만 답답~하다.

5월의 햇빛을 맛있게 먹고 있는 저 나무들이 부러울 뿐이다.<박상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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