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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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꼬이지 않으면 라면이 아니다?/ 그럼, 꼬인 날이 더 많았던/ 내 살아 온 날들도 라면 같은 것이냐// 삶도 라면처럼 꼬일수록 맛이 나는 거라면,/ 내 생은 얼마나 더 꼬여야/ 제대로 살맛이 날 것이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름조차 희한한/ 생라면을 먹으며, 영락없이 맞다/ 생은 라면이다.’

오인태 시인의 ‘라면같은 시’다.

인생이 고속도로처럼 쫙 펼쳐졌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중간 중간에 휴게소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단언컨대 그런 인생은 없다. 대부분의 인생은 라면처럼 꼬였다.

사실 라면은 꼬여야 탄성이 있어 맛이 더 좋다고 한다. 또한 작은 봉지 안에 라면을 많이 넣으려면 면이 일직선보다 꼬불꼬불해야 한다.

면이 꼬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라면의 나이는 60세에 가깝다. 1963년 삼양라면이 처음으로 출시됐다. 당시 가격은 10원.

이후 조금씩 조금씩 가격이 올랐다. 20원, 25원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지금은 라면의 종류도, 가격도 다양하다.1970년대만 해도 라면은 국수에 비해 비쌌다.

그래서 당시 어머니들은 라면과 국수를 혼합해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라면국수가 되는 것이다.

꼬마들은 꼬들꼬들한 라면을 골라 먹는 재미에 빠졌다. 국수는 나중이다.

▲국수에 비해 비싼 라면이라도 밥에 비할 수는 없다.

밥을 못 먹었기에 라면을 먹었던 것이다. 이처럼 빈곤의 상징이었던 라면이 수출 효자가 됐다는 소식이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3억83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000억에 이른다. 수출 대상국은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일본 등 순이다. 우리나라의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이 라면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그룹 BTS의 멤버 지민이 먹방(먹는 것에 목적을 둔 방송)을 선보인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적으로 40억개가 팔렸다고 한다. 대단한 음악과 BTS의 힘이다.

매운 라면보다 매웠던 여름도 성큼 다가온 가을 앞에 두 손을 들고 있다. 라면의 계절이야 따로 있겠냐마는 쌀쌀할 때 먹어야 맛있다.

뜨끈뜨끈한 라면국물에 식은 밥 말아먹는 재미는 영원하다.

어떤 라면이 좋을까.

‘파 송송, 계란 탁’ 넣은 라면도 좋다. 누군가가 “라면 먹고 갈래”하는 라면도 좋다.

그런데 내달부터 라면값이 오른다고 한다.

입맛을 싹 가시게 하는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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