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등에 올라타 주변 절경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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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우보오름
우보오름에 서 있는 소나무
우보오름에 서 있는 소나무

제주 전역에 산재한 360여 개의 오름들은 저마다의 이름과 자신만의 모습을 갖고 있다.
굼부리가 말굽형이든 원추형이든, 대체로 뾰족한 전형적인 산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하며 어린이들의 소풍놀이로 제격인 아트막한 오름들도 더러 있다.
서귀포시 색달동에 넓게 자리한 우보(牛步)오름이 대표적이다.
우보오름. 오름의 전체적인 모습이 소(牛)가 걸어가는(步) 형국이라 하여 우보오름이라는 이름이 부여됐다. 이를 줄여 우보름, 한자로는 우보악(牛步岳).
또한 소가 엎드려 있는 모습과 닮다고 해서 우부악(牛俯岳), 또는 우복악(牛伏岳)이라하고 있다.
서귀포시 중문에서 한라산 방향에 있는 중산간서로(1136호)에서 서귀포호텔 방면으로 진입, 서귀포호텔을 지나가면 오른쪽으로 야트막한 산체가 눈에 들어오는 데 이 산체가 바로 우보오름이다.
오름이라기보다는 목장(牧場)의 초지(草地)같은 인상이다. 사실 이 곳은 우마(牛馬)의 먹이인 촐(목초의 제주어) 등을 키워 수확하는 목장지다.
적당한 곳에 주차한 후 우보오름 정상을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기 전 오름 형세를 훑어봤다.
소가 걸어가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제주시의 우도(牛島)처럼.
3개의 봉우리가 잔잔한 물결처럼 이어진 것이 다른 오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모습이다. 순하고 우직한 소의 모습 그대로다. 
항상 오름을 오를 때마다 ‘오늘은 얼마다 헉헉대야 하나’라며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는데, 우보오름 앞에서는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함이 느껴진다. 
소의 잔등에 타기 위해 몇 걸음 걷다 뒤를 돌아보니 절경이 펼쳐진다, 드넓은 초원 뒤로 안덕면에 우뚝 서 있는 군산과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 걸음을 재촉하니 드디어 편안하게 누운 소의 등에 올라탔다. 목초를 모두 베어낸 우보오름의 능선은 그야말로 산상(山上)의 놀이터다. 그냥 뛰어 놀고 싶고, 축구공만 하나 있으면 하루종일 놀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드넓은 목장지대를 걸을 때의 시원함과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발밑에서 들려오는 ‘뽀드득뽀드득’하며 베어낸 목초 밑둥에서 나는 소리가 정겹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변 절경이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탐방객에게 다가온다.
목장지대가 끝이 나고, 소나무와 편백 등의 숲 사이로 나 있는 탐방로를 따라 걸으니 우보오름의 정상, 아마 소의 머리가 아닐까. 벤치에 앉아 뒤를 돌아보니 그동안 걸어온 목장지대가 보이고 정면으로는 저 멀리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항상 반갑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우보오름의 초원지대
우보오름의 초원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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