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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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지인이 천 원권을 교환한다며 은행으로 들어간다. 꽤 많은 금액에 무슨 천 원권이 그리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어머님 갖다 드릴 거란다. 어머님은 20년 가까이 신장이 안 좋아 혈액 투석해오고 있다. 그동안은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를 받아 부담 없이 이용했는데, 최근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가 거리 요금제를 적용하면서 부담이 꽤 된다고 한다. 왕복 2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되었다면 교환한 천 원권이 두둑할 만도 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환우는 교통비가 부담돼 대중교통을 이용해 혈액 투석 다닌다고 한다.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 이용 시의 거리 요금제가 충분히 검토되고 나름의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혈액 투석을 받는 환우들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한 일주일 세 번 혈액 투석해야 하는 그들에게는 거리 요금제가 경제적 부담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환우도 경제활동을 접을 나이라 교통비 부담 때문에 불편하더래도 경로우대 무임승차인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뿐이다.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 이용 건수가 해마다 증가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거리 요금제가 어쩌면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아닐는지,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혈액 투석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귀가시키겠지만, 만에 하나 정류장으로 이동 중이나 버스 안에서 사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혈액 투석은 투석기를 거쳐 혈액의 노폐물과 과다한 수분을 여과하고 깨끗해진 혈액을 다시 혈관으로 들여보낸다. 몇 시간 동안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투석 중 저혈압이 생길 수도 있고, 투석 후에는 무기력감과 피로감이 들 수도 있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은 중증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보호자 없이 내원하고 혈액 투석한다.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 교통비가 부담돼 혼자 혈액 투석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한다는 환우의 사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는 모두 예비 교통약자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혹은 불의의 사고로 누구든 교통약자가 될 수 있다. 지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버스 안에서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나이가 더 들어서도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앞선 고민을 하게 되는데 지병이 있는 어르신들이야 오죽할까 싶다.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의 목적에 왜곡되는 이용자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요금 인상 측면에서 거리 요금제가 적용되었다는 뒷얘기도 있지만, 이 또한 떠도는 얘기일 뿐 확실성은 희박하다. 만약 사실이라면 제대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도 행정의 몫이 아닐까 한다. 이들로 인해 선의의 이용자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 공영버스도 교통복지 실현을 위해 대부분 구간 단일요금제를 실시하는데, 하물며 교통약자가 이용하는 이동지원 서비스인데 거리 요금 적용은 더더욱 아니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 이용 시 교통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병원을 이용할 때만이라도….

교통비 부담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혈액 투석 다닌다는 어느 환우의 얘기가 참 딱하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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