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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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소설 ‘노인과 바다’는 목계지덕(木鷄之德)이란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늙은 어부는 이웃들이 자신의 이름인 산티아고 대신에 ‘불길하다’는 뜻의 ‘살리오’라고 불리며 업신여기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치 투계장의 ‘목계(나무로 만든 닭)’가 상대의 비난과 조롱에도 반응하지 않으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연륜과 내공이 충만하다.

고기잡이 84일째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85일째 되던 날 물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서 밀고 당기는 싸움을 사흘이나 한끝에 마침내 청새치를 잡는다. 그 대어는 자신의 배보다 길었고, 무게는 배가 기울 정도로 무거웠다.

하지만 성취감은 잠시였다. 이번엔 물고기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가 무차별적으로 달려든다. 결국 어렵사리 잡은 물고기는 고스란히 상어의 밥이 되었다. 그가 항구에 돌아왔을 때는 머리랑 꼬리 그리고 뼈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그는 꿈을 꾼다.

▲현실의 ‘노인과 바다’는 씁쓸하다. ‘노인과 바다만 보인다’는 자조가 들어있다. 지역이 늙어 간다는 은유다. 항구 도시 부산에서 잉태했다. 실제로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해마다 상승해 지난해 12월 기준 20.4%로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어디 부산뿐인가.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은 어느 초등학교는 어르신들이 다니는 노인대학으로 대체됐다. 산부인과는 없고 장례식장은 많다는 말은 이젠 한물간 뉴스다.

제주는 어떤가. 서귀포시는 부산과 같은 20.4%다. 제주시는 15.3%로 고령사회(14%)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지역을 세분하면 심각하다. 추자도(38.8%)는 10명 중 4명이 노인이다. 원도심과 상당수 읍·면도 노인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 노인 세대로 편입하면 사면의 바다인 제주는 그야말로 ‘노인과 바다’다.

▲산티아고 노인은 ‘마놀린’이란 소년이 있어 외롭지 않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바다로 고기잡이 갈 수 있기에 할 일도 있다. 청새치와의 밀당에서 자신에게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해야 한다)”이라고 다독일 정도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다.

현실은 딴판이다. 2030은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를 활용할 마땅한 일거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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