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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신단수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흥미로운 제안이지만 왠지 손해 보는 장사이고 눈으로 안 보이니 대답은 씩씩하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이다.

달콤한 유혹에 기다렸다 반갑게 손을 잡아내며 거짓과 타협하는 어리석음은 그냥 하는 습관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놀부 심보는 잘했다 박수이고 흥부의 순수함은 무능력의 표본 적으로 구분한다. 용서와 이해는 철저히 남의 일이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날에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훌륭한 가르침이다.

잘나야 하기에 목청껏 소리치고 관심의 대상이고 싶어 우쭐한 교만은 정신적 고통이라는 병을 만들어낸다.

겉과 속이 다르고 세 푼짜리 자존심에 비단옷을 걸친 허세는 자랑처럼 보이지만 돌아서면 쓸쓸하다.

한 치 앞을 모르기에 불리하다 싶으면 도망가기 급급하다 숨어서 보는 흉에 익숙하며 그럴듯한 변명은 자기편이 많다는 이기심이다. ‘급하게 가는 행보에 쉼표를 찍어 어른답지 못함에 고개 숙이는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되물어보자.

미워지는 얼굴은 누가 시켜서가 아닌 하늘이 정한 이치이다. 가난하지만 멋있어야 하고 도울 수 있음에 감사함과 키 작은 겸손을 지키려 애쓰자.

노인의 깊은 한숨은 어제와 다르지 않다. 친구 없는 외로움에 삶의 존재가치는 과거에 묻혔다. 평생을 함께한 짝은 요양원에 장기 입원 중이고 돌보미 방문도 이제는 식상하다. 자수성가를 했다지만 과정은 부끄럽고 창피하다.

소금 장사 살림에 인색했고 인정 따위는 사치이다. 술이라도 얻어 마시면 반가운 호사이고 남의 집 잔치에 들러리는 마냥 신나는 일이다. 새 옷을 입어본 것이 결혼식이 유일했다는 그도 세월 앞에 약해지고 초라해졌다.

죽음이 언제쯤 오겠느냐?’가 궁금하지만 알아도 답해줄 수 없는 금기어고 흉내조차 내면 안 된다.

존경받고 싶어 하지만 숨기고 싶은 비밀은 자식들 이야기다. 싸우자 시비이고 흥분의 정도가 극에 달한다. 시작과 끝이 다르지 않고 약으로 고칠 수 없다. ‘재미없게 살았다가 후회이고 사랑받지 못했다는 인생 이력서의 오점이다.

기도의 효과가 있었는지 부인이 많이 호전돼 집으로 온다는 소식은 함께 축하했고 뭔가 깨우침이 있어 이번 기회에 마음의 빚을 청산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니 대신해 달란다.

나이에 상관없이 칭찬받는 일이라 내심 잘됐다 싶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건실한 청년에게 얼마간 도움을 주면 용기와 희망이 되겠다 하니 흔쾌히 허락은 해놓고 감감무소식이다.

괜한 오지랖에 원망을 남겼지만 팔자 못 고친다는 진리이자 교과서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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