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과 솔로몬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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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 논설위원

정부 지도자들이 정장을 갖춰 입고 회의장에 냉방기 온도를 21도로 설정한 것을 지적한 글이 보였다. 정부가 정한 공공기관 냉방 온도 28도 기준이 무색하고, 에너지와 자원 과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와 그에 따른 기후 변화, 지구에 닥치는 위기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한 예로 들고 있었다.

우리는 멋진 옷차림을 위해서라면 여러 가지 희생을 감수하는데, 옷에 대한 집착은 지구 멸망의 날까지 이어질 것 같다. 새 옷에 대한 우리의 욕구는 마를 날이 없고 쏟아져 나오는 옷들은 지구를 덮을 기세이다.

저개발국가 노동자들의 저렴한 임금도 한 몫 하면서 옷값이 비교적 싸지니 쉽게 버려지는 옷이 점점 늘고 있다. 옷은 만들고 버리는 과정 모두 환경에 부담인데, 우리는 얼마나 이를 인식하고 옷 구매를 자제하는가.

면 1㎏ 만들어 내는 데 약 2만 ℓ의 물이 소비되고, 청바지 한 장 만드는 데 한 사람이 10년 마실 물이 쓰인다고 한다. 합성 섬유 옷들은 빨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나와서 바다로 흘러가고, 쉽게 썩지 않으며 태워도 역시 환경을 파괴한다. 70억에 달하는 인구가 최소한의 옷만 구입하고 가능한 오래 입어야 하는데, 구매되고 폐기되는 옷은 산더미를 이루는 현실이다. 여러 국가에서 아프리카로 기증하는 헌 옷은 일 년에 약 20억 벌인데 그 중 많은 양이 폐기된다고 한다.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지금 2000년의 2배로 늘었으며, 폐기되는 옷은 일 년에 약 9200만 t에 이른다고 한다. 세상에 옷을 퍼뜨리는 것이 목적인 의류 제조업체는 유행을 바꾸며 계속 옷을 만들고, 우리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따라간다.

알몸으로 태어난 우리로서는 제2의 피부처럼 옷이 필요하고, 다양한 기후와 차례로 오는 계절, 한 계절 속에 다른 계절이 섞여있는 듯 변화무쌍한 날씨에 간절기, 비오는 날, 맑은 날 선선한 날 등에 맞춰 입어야 하니 다양한 옷들을 갖추게 된다. 또 활동 분야나 모임의 성격에 따라 몇 시간 입을 옷을 사들이기도 하며, 이들은 옷장에서 쉬다가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구식이라고 버려진다.

요즘 우리들은 화려함에 현혹되어 더 멋진 옷을 추구하며 하루살이 같이 내 앞에 것만 본다. 지구 전체의 건강 보다 주어진 시간 내에 가능한 즐기며 탐나는 물건을 손에 넣으려고 눈을 굴린다.

‘들에 핀 백합은 일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지만 온갖 영화를 누리던 솔로몬도 백합 한 송이만큼 차려 입지 못했다’ 그래도 사람은 길쌈하고 애쓰기를 그치지 않고, 백합이나 장미처럼, 더 나아가 밤의 어둠이나 별이 가득한 하늘처럼 자신을 돋보여줄 옷들을 원한다. 자연이 이루어내는 생명의 영광보다 인위적인 솔로몬의 옷에 훨씬 더 끌리고 부귀영화에 크나큰 비중을 둔다.

예전에 수천의 옷과 구두를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쌓아두었던 이멜다의 탐욕은 우리 속에서 여전히 살아 진행 중 같다. 인간의 활동 결과로 계속 환경이 파괴되면 지구의 생명체들이 절멸에 이르겠지만 우리들의 욕심은 줄지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막지 못하면 21세기 말 지구 평균온도는 2000년보다 4도 증가하며 그 결과로 폭우, 산불 등이 더 많아질 전망이고, 이미 달라진 기후를 느끼고 있지만 우리들은 다르게 살고 싶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한 악순환을 늦추어 인류 존속을 이어가려면 우리 스스로 자제할 줄 알아야 할 텐데, 태풍 보다 더 강력한 탐욕을 어떻게 진정시킬지 그것이 큰 문제 같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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