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전당에서 ‘눈먼 돈’ 꿀꺽,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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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최근 2개월에 걸쳐 전국 38개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2020년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비(교연비)’특정감사에서 제주대의 비리가 드러났다. 교연비는 대학 회계 중 교육, 연구, 학생지도에 따라 교수와 조교, 직원 등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이를 제주대 상당수 교직원이 실제 하지도 않은 일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편취했다니 개탄스럽다.

감사에서 적발된 교직원만 50명에 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기관경고 2건을 비롯해 경징계 2명, 경고 10명, 주의 38명 등의 신분상 조치를 내렸다. 부정하게 지급된 학생 지도비와 연구실적금 1억655만원을 회수토록 했다. 참으로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

비리 행태는 가관이다. 20명은 업무 출장으로 학생 지도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학생 지도를 했다는 서류를 제출해 학생지도비를 타냈다. 공가와 연가, 당직 휴무, 재택근무 와중에도 학생 지도를 했다고 허위로 서류를 작성한 이도 10명에 달했다. 교수 7명은 연구 결과 보고서 분량이 실적 기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연구비로 2800여 만원을 수령했다. 조교 4명은 근무 시간에 학생상담을 100여 건이나 했다고 해 학생지도비를 받았다. 교연비를 마치 ‘눈먼 돈’으로 인식해 꿀꺽한 셈이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곳에서 이런 식의 비리가 횡행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앞서 제주대는 2019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도 교직원 9명이 교연비 1548만원을 부당 수령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19명이 신분상 조치를 받았다. 이런 전례가 있음에도 많은 인원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학 측은 이를 결코 일부 교직원의 비리로 치부해선 안 된다. 솜방망이 처벌과 감싸기로 사안을 잠재우려 하다 보면 대학 이미지 실추 등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각종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일로 대외적인 여론도 좋지 않다. 직장 문화를 개선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환골탈태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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