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파밍과 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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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홈파밍(home farming)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홈파밍은 관상용 식물을 길러 집 공간과 인테리어를 보다 조화롭고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기존의 홈가드닝과는 애초에 목적부터 다르다. 식물을 가꾸고 기르는 데서 만족을 얻고자 함은 비슷하지만, 홈파밍은 목적 자체가 직접 기른 식물을 식용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몬스테라, 스킨답서스, 고무나무 및 다육이 등을 반려식물로 들이는 것은 소위 플랜테리어를 위함이지만, 허브류, 방울토마토, 상추, 고추 및 딸기 등을 반려채소로 들이는 것은 수확하여 식자재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심지어 요즘은 파인애플, 아보카도까지 홈파밍으로 길러 먹기도 한다.

이렇듯 홈파밍의 유행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의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집밥을 해 먹고 자급자족하며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된 이유도 있다. 하지만 자고 나면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도 큰 몫을 한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7일 잭슨홀 회의에서 내년 초 기준금리가 4%대가 될 것이라 시사했고, 잭슨홀에 참석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국내 기준금리도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물가 상승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여름은 폭염과 폭우로 다사다난했던지라 식자재 가격이 폭등한 것은 당연지사. 상추와 시금치 가격은 한 달 사이 2배가 뛰었고, 여름 밥상에 흔한 오이와 열무 가격 역시 70%나 올랐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이런 홈파밍의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오히려 고물가와 코로나 시기의 찰나의 유행이 아닌 우리네 식문화에 자리잡을 패러다임의 변화가 될 것이라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안타깝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 패러다임의 변화가 다소 비관적인 식량 위기 전망과 서로 그 끝이 닿아있기 때문에 그렇다.

일찍이 고전학파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가 익명으로 초판을 낸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곡식의 생산량 증대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언젠가 인구의 성장이 멈출 것이라 했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80억이다. 출생률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지만, 의학의 발달로 인해 10년 내에 곧 90억 인구의 지구촌이 될 것이라 한다. 한편, 증가분인 인구 10억 만큼을 먹여 살릴 곡식을 생산하려면, 브라질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과연 우리나라는 먹거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국토도 작고 그마저 산업화 과정에서 농지는 심각하게 줄어들어 다른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즉, 경작 가능한 땅은 이미 모두 경작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쌀과 달걀 빼고 모든 먹거리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OECD의 세계 식량 전문가들은 식량이 무기가 되는 순간인 식량 위기가 온다면 대한민국 식량 자급률은 OECD 회원국 최하위가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식량 위기는 무조건 대비해야 하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적인 차원의 대비책도 마련해야 하겠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자구책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홈파밍을 미래의 우리 식문화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는 까닭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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