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전혀 사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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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도전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극히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 특히 남녀 사이 구애(求愛)의 성공 방식처럼 회자되곤 했다. 서로 연애 감정으로 줄다리기하는 과정쯤으로 보며 오랫동안 세상은 관대했다.

지금에 와서 그랬다간 ‘스토킹(stalking)’ 범죄로 본다.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다. 심지어 살인의 전조라고 불릴 만큼 위험성이 크다. 구애를 강요하는 단순 협박을 넘어 주거 침입, 성폭행, 살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스토커의 공통점은 남녀를 불문하고 집착을 사랑이나 구애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자칫했다간 그 집착이 순식간에 광기로 돌변한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자살 소동을 벌이고, 흉기로 공격하는 일까지….

▲스토킹의 극단적 형태는 상대에 대한 물리적 폭력이다.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해사건, 같은 해 12월 송파구 피해자 어머니 살해사건 등 스토킹 살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신고 건수가 폭증했다. 2020년 4515건에서 지난해 1만4509건으로 늘더니 올해 1~7월에만 1만6571건에 달했다. 제주지역도 법 시행 후 올 8월까지 신고된 312건 가운데 사건으로 처리된 것만 184건(59%)이다.

지난 14일 서울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역무원인 피해자는 제복 차림으로 순찰 중이었다. 하지만 제복도, 재빠른 구조 대응도 참극를 막지 못했다. 스토킹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사회적 공분의 목소리가 거세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스토킹처벌법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했고, 법무부와 검경이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떠는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그러는 사이 귀갓길에 뒤를 연신 힐끔거리거나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졌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이쯤이면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을 파악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동선 파악이나 가해자 추적 장치 도입 같은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구애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자행되는 행위는 범죄임을 깨닫는 인식의 전환도 급선무다. 법 하나로 스토킹 범죄가 근절될 리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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