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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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영 호(시조시인)

얼마 전 유재영 시인이 7년 만에 낸 시집이라며 ‘구름 농사’를 보내왔다. 1980년대 후반 알게 되어 첫 시집 ‘풀잎만한 이유’를 유 시인이 운영하는 동학사에서 출간했는데 벌써 30년이 다 됐다.

유 시인은 1948년 충남 천안 출생으로 북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1975년 박목월 시인에게 시를, 이태극 선생으로부터는 시조를 추천받아 문단에 나왔다. 지금까지 시집 4권, 시조집 3권을 펴냈다. 신경림 시인은 ‘유재영의 시조를 읽는 즐거움’에서 ‘절제된 감정과 세련된 언어의 응축’에 감탄한다고 평했다. 유 시인의 많은 작품 중에 중 3 국어 교과서에 실린 ‘둑방길’은 백미다.

어린 염소/등 가려운/여우비도/지났다/목이 긴/메아리가/자맥질을/하는 곳/마알간/꽃대궁들이/물빛으로/흔들리고// 부리 긴/물총새가/느낌표로/물고 가는/피라미/은빛 비린내/문득 번진/둑방길/어머니/마른 손 같은/조팝꽃이/한창이다 <전문> 비 갠 후의 둑방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섬세한 감성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고향 풍경을 형상화하고 있다. 투명한 서정, 따뜻한 절제,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파스텔 색조를 띤 고향 풍경들이 아름답고 아늑하게 다가오게 하는 시조다.

유 시인은 윤금초·박시교·이우걸 시조시인들과 함께 1983년 문학과 지성에서 4인의 시조를 엮어낸 ‘네 사람의 얼굴’과 2012년 ‘네 사람의 노래’는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2012년 제주시조시인협회는 제주시조 20호 출간을 기리는 특집을 기획하고 있었다. 그 하나로 네 분을 초청하여 시조 쓰기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때 유 시인은 “저의 경우는 자유시를 세, 네 편을 버려야 시조 한 편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굉장히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정밀한 작업 과정이 요구됩니다.”란 말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좋은 시조 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리라.

‘구름 농사’ 해설을 쓴 평론가 이숭원은 “유재영의 서정시는 대부분 자연을 매개로 하고 있다. 그는 자연을 통해 세상만사의 희로애락을 노래한다. 때로는 민중의 아픈 역사도 자연을 통해 표현한다. 그에게 자연은 샤먼적 직관과 예언의 매개물이다. 그래서 그는 자연과 세상사를 통관하는 샤먼의 자리에 선 것이다.”라고 했다.

가을이다. 가방에 늘 시집이나 소설책 하나 넣고 다니면 어떨까. 때때로 마음의 양식을 얻는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코스모스처럼 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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