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아픔 속에서 건네는 작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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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아픔 속에서 건네는 작은 위로

강예나, 서귀포시 표선면사무소



9년 전 대학교를 다닐 때 봤던 영화가 있다. 바로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제작됐던 영화 ‘지슬’이다. 영화의 시작은 한 군인이 방안에 흐트러져 있는 제기들을 넘어가, 널브러져 있는 여인의 시체 옆에 아무렇지 않게 앉는 모습이었다. 그 당시 태연한 군인의 모습을 보며, 공포감을 느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올해, 나는 4·3 희생자 및 유족 보상 지원 업무를 하게 됐다. 올해 4·3특별법이 개정됨에 따라 6월부터 4·3 희생자 보상금 지급이 시작됐다.

4·3 희생자 보상금은 향후 3년간 희생자로 결정된 순서대로 차수 별로 지급될 예정이다. 올해는 1차 희생자 2100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 신청을 받고 있으며, 현재 91.6%가 신청했다.

보상금 신청을 받다 보면 희생자나 유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는데,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희생자가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그로 인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등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말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전할 때마다 그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또 필요로 했다.

올해 보상금을 신청한 대상자들은 현재 지급 심사 중에 있다. 심사가 끝나면 그들은 보상금 청구 신청을 위해 또 방문할 것이다.

나는 또 한 번 신청하러 올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을 준비를 해야겠다. 내가 해드리는 것은 약소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그 아픔의 정도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들을 기다려야겠다.
 




▲식물 바이러스병 확산 방지

김효정, 제주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농작물의 병해 발생 양상이 변화하고, 총채벌레, 진딧물 등 미소해충(작은 해충)에 의해 확산되는 바이러스 병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식물 바이러스병은 구조가 단순해 스스로 증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세포를 감염시키며 자기복제 능력을 가진 작은 병원체다. 식물 바이러스는 곤충, 토양, 즙액,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되며, 곰팡이나 세균병과는 달리 감염되면 약제 방제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조기진단을 통해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에서도 최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 박과퇴록황화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있다.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는 꽃노랑총채벌레에 의해 전염되며 고추, 토마토 등 가지과 작물과 땅콩 등 콩과 및 국화 등 화훼류에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박과퇴록황화바이러스는 담배가루이로 전파되며 2020년 국내에서 첫 발생이 보고된 후 제주에서는 2021년에 처음으로 발생이 확인됐다. 특히 제주는 따뜻한 겨울철 기온이 바이러스 매개충의 월동이 가능하게 하므로 유입된 바이러스가 정착·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식물 바이러스병은 예찰, 진단법, 확산 경로 등의 정보가 부족해 선제적 대응이 어렵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작물은 제거하고 매개충의 월동 서식처인 잡초 등의 제초 작업을 하며, 살충제나 기피제를 사용하여 매개충에 의한 병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신비한 ‘하논’과 서홍동의 ‘하논 자연생태학습’

김나래, 서귀포시 서홍동주민센터



“아니, 제주도에 논이 있다고? 진짜야?” 서귀포시 서홍동에 논이 있다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되묻기 바쁘다. 제주도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라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어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땅에 물이 오래 고이지 않고 지하로 스며든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제주도에서 논농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제주도의 ‘하논’은 수생분화구를 통해 자연적으로 용천수가 샘솟고 있어 논농사가 가능하다.

서홍동과 대륜동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하논’은 ‘넓은 논’이라는 뜻을 지닌 한반도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다. ‘하논 분화구’는 약 5만년 동안의 기후, 지질, 식생 등의 중요한 환경 정보가 담겨있어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이며, 희귀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제주의 ‘하논’을 알리기 위해 서홍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지역 초등학생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매년 ‘하논 자연생태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6월 실시한 ‘모내기 체험’에서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심었던 모들은 어느새 노랗게 익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10월에는 ‘벼 베기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10월에 진행될 ‘벼 베기 체험’ 참가를 원하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6일까지 서홍동주민센터로 신청하면 참가할 수 있다.

많은 가족이 역사적, 생태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하논’에서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논농사를 체험하고, ‘하논’의 역사에 대해서도 살펴보며 다시금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본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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