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홀대 이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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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애월문학회장

그저께가 576돌을 맞는 한글날이었습니다. 우리 지구상에는 7000여 개의 언어와 30여 개의 문자가 있다고 합니다. 한글은 이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한글의 독창성, 과학성, 실용성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말과 글이 곧 우리’라는 것을 생각할 때 한글날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기는커녕 그냥 노는 날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때 한글을 언문이라고 천대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 후 한글이 정착 되는가 싶더니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 시대를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제나라에서조차 한글을 홀대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최근 이러한 홀대는 더 심해졌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질병 관련 자료는 온통 외래어뿐이어서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한 예로 코로나 팬데믹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등이 있습니다. 팬데믹은 ‘대유행’으로 위드 코로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나 ‘코로나와 공존’처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쓰면 될 텐데 구태여 외래어를 고집해서 쓰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파트 이름에서도 한글은 좀처럼 찾기 힘듭니다. OO아이파크, OO클레스, OO위더스 빌, OO팰리체 등등 모두 외래어 일색입니다. 그런데 온갖 외래어 범벅으로 변해버린 아파트 이름 속에서도 ‘사랑으로부영’은 그래도 정겨운 이름이라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간판들도 모두 외래어 투성이입니다. 영어 단어를 한글로 써놓았으니 한글이라고 봐야 되는 건지 난감하기까지 합니다.

말과 글은 삶 그 자체고, 삶 속에 스며있는 혼 그 자체입니다. 그런 것에 견주어 볼 때 일상 속의 한글은 외래어, 비속어, 약어, 의미파괴 등의 것과 뒤섞여 깨지고 부서지고 뒤틀려 있는 초라한 몰골만 남은 것 같습니다.

국적 불명의 언어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SNS 등 인터넷 공간을 가득 매우는 약호 같은 언어, 방송에서 의도적으로 파괴해 쓰는 언어(예, ‘하나도 없다’를 ‘1도 없다’ 등), 청소년의 일상 언어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속어 등 한글은 지금 끝이 보이지 않은 ‘언어파괴의 공해’ 속에 빠져 있습니다. 공해에 찌든 한글의 초라한 모습은 우리 내면의 모습입니다.

정제된 단어의 사용, 정확한 문장 구성, 적절한 의미 배열 등을 훈련하는 글쓰기, 말 쓰기 강좌 같은 것이 따로 있어야 할 판입니다.

어떤 사람은 국제화 시대에 한글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촌스럽고 낡은 것이며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세계화는 사고방식과 행동의 국제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 나라말을 버리라는 의미는 더더욱 아닙니다. 영어가 국제공통어라고 해서 한국인들끼리 하는 대화에서도 영어를 고집해서 써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한 국민의 정체성은 말과 글에서 시작됩니다. 정부나 언론부터 아름다운 우리 글 한글 사용에 앞장서야 합니다. 외래어를 써야만 왠지 유식해 보이는 듯한 착각과 허위의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아름다운 우리 글의 세계화는 한글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고유의 얼이 담겨 있는 한글을 아름답게 사용하고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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