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함께 해 온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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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善化公主主隱(선화공주주은)/ 他密只嫁良置古(타밀지가량치고)/ 薯童房乙(서동방을)/ 夜矣卯乙抱遣去如.(야의묘을포견거여)’ ‘선화 공주님은/ 남 몰래 사귀어(통정하여) 두고/ 서동 도련님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라고 풀이된다. 백제 무왕이 지은 ‘서동요’다.

서동은 무왕의 어릴 때 이름이다. 선화공주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이다. 무왕은 서라벌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며 이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즉 아이들을 통해 자신과 선화공주가 사랑을 나눈다는 거짓 정보를 신라 사람들에게 퍼트린 게다. 결국 무왕은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었다.

▲6세기에 향유된 서동요는 요샛말로 치면 일종의 가짜뉴스라고 한다. 그만큼 가짜뉴스의 역사는 오래다. 이미 먼 옛날부터 유포가 계속 되어왔다. 가짜뉴스가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해왔다는 얘기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가 언어를 사용한 이후부터 가짜뉴스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해서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가짜뉴스의 사례는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로마 시대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는 경쟁자인 안토니우스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클레오파트라에게 빠져 로마를 배신할 것’이란 소문을 냈다. 그 결과 옥타비아누스는 로마 최초의 황제가 됐다.

▲우리 역사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가짜뉴스가 있다. 그것은 바로 ‘관동대학살’이다. 1923년 9월 1일 도쿄를 비롯해 일본 관동지역에 대지진이 발생해 가옥 45만여 채가 불에 타 없어지고 1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일본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그 직후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됐다. 위기에 처한 일본 정부가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한 게다. 그로 인해 재일조선인 6000여 명이 가혹하게 죽임을 당했다. 가짜뉴스가 만들어 낸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악의적인 가짜뉴스는 역사 속에서 끝없이 되풀이 되어왔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왕조 교체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지러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부당한 기득권과 특권을 지키기 위해 등 특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짜뉴스가 악용된 게다.

그 과정서 헤아릴 수 없는 가짜뉴스가 민초들의 마음과 일상을 뒤흔들었다. 단언컨대 인류의 역사는 곧 가짜뉴스에 대한 투쟁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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