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나이 돼 봤어? 난 니 나이 돼 봤다”
“너! 내 나이 돼 봤어? 난 니 나이 돼 봤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조문욱, 편집국 국장

얼마 전 신제주지역의 한 김밥전문점을 찾았다. 평소처럼 주문지에 먹고 싶은 메뉴를 체크하는데 업주가 키오스크로 주문하라고 요청했다. 키오스크 앞에서 줄을 선 후, 내 차례가 되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키오스크로 주문은 처음인데다 손으로 눌러야 하는 선택 버튼들이 너무 많아 당황했다.

내 뒤에서는 학생들의 수근거림이 들리는 듯하면서 뒤통수가 따끔거림을 느꼈다. 다행히 바로 뒤에 있던 학생의 도움으로 주문할 수 있었다.

키오스크(Kiosk)란 원래 옥외에 설치된 대형 천막 등을 뜻하는 말로, 간이 판매대나 소형 매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공공장소에서 무인·자동화를 통해 주변 정보 안내나 버스 시간 안내 등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무인 정보단말기를 지칭한다,

인건비 감소와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많은 업체들이 키오스크를 도입하는데, 코로나19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우리 생활 곳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버스정류장,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병원, 동주민센터, 식당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인건비 절감과 인력의 효율적인 운용 등 이윤극대화 및 각종 편의를 위해 도입된 키오스크가 첨단 정보화 기기 이용과 거리가 먼 노년층 등에게는 커다란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일부는 그 불편함을 넘어 두려움과 공포까지 느낀다고 호소한다.

지난 5월 서울디지털재단이 디지털 사회에 필요한 소양·지식·능력 등 서울시민들의 디지털 역량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해본 고령층은 단 45.8%에 불과했으며, 나이가 들수록 경험은 줄어들어 75세 이상은 13.8%만이 키오스크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 ‘필요가 없어서(29.4)’,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 순으로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첨단화된 도시에 거주하는 고령층도 이런데, 하물며 제주의 농어촌 노인들이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당황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처럼 키오스크 앞에 서는 것조차 두려운데, 키오스크 도입은 사회 전반에서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은 키오스크 작동이 어려워 못 먹으면 다른 곳을 찾아가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은행이나 주민센터, 병원 진료비 계산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까지 점차 디지털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무인화를 목적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주위에 도와줄 직원 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보화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새로운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키오스크뿐 아니라 이제 얼마 없으면 운전자 없이 달리는 자동차, 하늘을 나는 택시도 등장할 태세다.

이 같은 최첨단사회로의 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귀포시가 지난해부터 경로당을 찾아 다니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작동법 등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있으며, 올해는 그 교육을 더 확대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 등 젊은이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는 어르신들에게 친절히 안내해주는 사회적 배려의 확산이다.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하는 어른들에게 짜증내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도 할 말은 있다.

“너! 내 나이 돼 봤어? 난 니 나이 돼 봤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