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과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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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며칠 전 신문에 미연구팀이 특수용액을 죽은 돼지에 주입해서 주요 장기를 살리는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요란하게 실렸다.

죽은 돼지의 심장을 되살리는 것은 장기이식의 새 장을 여는 것이다. 암이라든가 불치병 앞에 장기이식으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돼지, 젖소 등의 복제가 가능하다면 윤리의 문제만 남을 것이고, 생명공학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장수의 문제만 하더라도 이제 100세를 넘보지 않고 있지 않은가. 장기이식이 쉽게 이루어지면 인간에게 못하는 기술이 없어진다. 이것은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다.

미국 연구팀이 성공에 이르렀다는 돼지 사체 장기 재생 과정을 살펴보면 첫째 실험용 돼지의 마취상태에서 심 정지를 유도한다. 둘째 1시간 뒤 혈액대체용액인 오르간엑스를 혈관으로 투여한다. 오르간엑스는 항염증제로 혈액응고방지제로 인공 헤모글로빈 돼지 피 등으로 합성한 것이다. 세 번째로 뇌, 심장, 간, 신장 등 세포 재생, 네 번째로 14일간 장기 기능 회복 상태를 지속 주시한다.

오르간엑스가 투여된 돼지는 사후 몇 시간이 지나도 사체가 별로 뻣뻣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오르간 엑스 돼지의 촬영을 위해 요오드 조영제를 주사하자 머리와 상체를 홱 움직여 과학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고 했다. 죽은 돼지로 실험을 시작했는데, 상체를 홱 움직였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3일 예일대 세스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죽은 돼지의 중요 장기들을 되살렸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세스탄 교수는 지난 2019년 죽은 돼지에게서 분리한 뇌의 일부 기능을 되살려 주목받은 신경과학자로 이번엔 비슷한 원리를 적용해 뇌뿐만 아니라 전신을 대상으로 실험했다고 한다.

미국 연구팀이 이미 죽은 돼지의 뇌와 간, 신장 등 핵심 장기를 되살리는데 성공한 것은 눈부신 생명공학의 발전임에 틀림이 없다. 장차 인간의 불치병에 따르는 장기 이식에 기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라는 호평과 함께 삶과 죽음을 나누는 경계를 무너뜨리며, 윤리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세계에는 인간의 복제아기를 꿈꾸는 과학자들이 꽤 있다. 인간도 영생에 이르는 첫걸음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영생은 희망이 아니다.

신의 존재를 부정해 버리면 인간에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 인간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비천한 존재가 되는 것도 모르고,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만 외우는 사람도 있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우지만, 그 목적 외로 이용되는 부작용을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제 아기는 1978년도에 사상 첫 인간복제로 발표됐다가 허위로 밝혀진 일이 있다. 어려운 일일수록 실상은 허위로 끝나는 예가 많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맹신적인 과학기술의 오만 앞에 인간의 존엄성은 자꾸 무력해지고 있다. 하루빨리 국내에서도 인간복제 금지 법안이 만들어져서 쓸데없는 연구가 없기를 바란다. 인간은 인간의 영역 안에 있을 때만 그 아름다움이 있다.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복제인간의 시대에 살면서, 한 번쯤 우리 주변의 삶들에 눈을 돌릴 때다. 어느 인간의 삶이든 아름답고 숭고하지 않은 삶이 있으랴. 그리고 영생할 수 없기에,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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