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전통과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제주의 전통과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칼럼니스트

언제부턴가 제주만이 갖고 있는 전통과 정체성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삼다(三多) 삼무(三無)는 물론이고, 비포장도로는 아스팔트로 바뀌고, 흑룡만리 돌담과 밭담은 개발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제주어도 점점 퇴색돼 빛을 잃고 있다. 이제 제주다운 맛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오늘날 사회의 다양성과 정보화시대에 맞게 변화한다는 것은 생존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이는 사람뿐이 아니다. 동물이나 식물도 다를 바 없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이 존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게 자연의 법칙이며 적자생존의 원칙이다.

어느 나라나 그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전통과 정체성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이는 한 나라를 구성하는 요체가 되기도 하지만, 그 국민의 뿌리와 바탕이 됨과 동시에 국민을 하나로 뭉치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제주의 전통과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서양의 문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하면, 그 의미도 모른 채 따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나 정체성은 한 번 훼손하거나 변질되면,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남의 것을 받아들인 다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겹게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도 기가 꺾이고, 살인적인 무더위도 한풀 꺾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가을이 되면 일간지마다 결혼 광고로 넘쳐 난다. 가을은 결혼의 계절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닐 듯하다.

그런데 요즘 결혼식은 예전의 결혼식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 우리 부모님들은 대부분 중매로 결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신랑 신부가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결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결혼식도 집이나 마을회관에서 치렀다. 그리고 주례는 그 마을에서 가장 덕망 있는 사람을 모셔 결혼식을 올렸는데, 오늘날 결혼은 선남선녀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예식과 절차도 간소하게 치러진다. 특이한 것은 결혼식에 주례가 없다는 것이다. 사회자가 모든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시대에 따라 간편하고,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나름대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도 없고,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도 없다.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들의 취향이라고 보아 넘겨야 할지?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한 판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 든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들을 보고 버릇이 없고, 우리 땐 그렇지 않았다 하고,?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를 보고 고리타분하다 해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또 기성세대들은 과거에 안주하는 한편, 젊은 세대들은 시대와 유행에 민감하고 조금이라도 오래된 것이면 가차 없이 외면해 버리곤 한다.

우리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의 전통과 정체성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 남의 것만을 맹종하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