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국감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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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국정감사는 헌법과 법률이 그 시기와 대상을 정해 놓은 국회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영국에서 시작돼 미국에서 발전했다. 미국은 독립 직후 국가 정책 과정에 집중하기 위해 형식 절차를 최소화한 상시 청문회 제도로 변환했다.

제헌헌법이 규정한 우리나라 국정감사는 유신헌법에서 잠시 명맥이 끊겼다가 1988년 부활했다. 지금은 미국식 청문회와 영국식 국정조사 제도를 결합해 1년에 한 번씩 정기국회에 몰아서 국정 전반을 감사하는 독특한 제도로 운영 중이다.

국회는 특히 2017년 국정감사 증인 채택 시 이름을 함께 밝히는 ‘국감 증인 신청 실명제’를 처음 도입했다. 무더기 신청을 막아 조금이라도 내실 있는 국감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1명당 평균 3분41초. 한 언론사가 지난해 국감에 출석한 기업인 증인 등 119명의 답변 실태를 분석한 결과, 발언 기회를 얻은 시간이다. 절반이 넘는 69명은 2시간 가까이 대기해도 채 3분도 답하지 못했다. 답변 시간이 30초가 안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줄줄이 불러 놓고 한두 마디 듣고 끝내는 식의 구태가 확인된 셈이다.

실제 답변 내용을 파악했더니 ‘죄송’이라는 단어만 120차례 언급됐고, ‘모른다’는 75차례, ‘노력하겠다’는 187차례 등장했다. ‘예, 맞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답변만 22차례 한 기업인도 나왔다. 기껏 불러놓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예·아니요’로 짧게 답변해 달라”고 하니 질의응답 자체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국회의원의 호통에 고개만 숙이는 장면만 연출했음이다.

▲이를 의식했음인가. 오죽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업인에 대한 무분별한 망신주기나 여론몰이를 위한 증인 채택은 최대한 방지해 달라”고 당부했을까 싶다.

그럼에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올해 많은 기업인을 증인 후보로 선정했다. 산업위만 해도 4대 그룹 총수 등 160여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국토교통위도 96명을 증인·참고인 명단에 올렸다.

정부의 국정을 감사하는 자리에서 민간 기업인들로부터 들을 말이 그리 많을까. 지난 4일 이후 파행으로 치닫는 국감 모습을 볼 때 올해는 예년보다도 더 소모적인 국감이 될 듯하다. 여야의 ‘네 탓 공방’은 여전하고 정쟁과 기싸움만 이어지고 있으니 갑갑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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