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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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그리운 마음에 전화를 걸면/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 언제나 내게 언제나 내게/ 속삭이던 너의 목소리//…오늘도 바보처럼 미련 때문에/ 다시 또 찾아왔지만/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가수 윤수일이 1982년에 발표한 ‘아파트’다.

윤수일은 이 노래로 그야말로 붕붕 뜨게 된다. 사실 가사는 슬픔을 담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러 아파트를 거듭 찾아갔지만 아무도 없는 게다. 그 누군가가 친구였어도, 연인이었어도 슬프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노래가 나온 1980년대 초반은 아파트 붐이 한창 일 때였다.

텅 빈 아파트를 보기가 힘 들 때였다. 당시 어디에선가 못 박는 소리가 나면 거의 아파트 짓는 소리였다.

아파트 전성시대를 여는 시기에 맞춰 노래 ‘아파트’도 전국에 울려 퍼진 것이다.

▲사실 아파트는 가난한 이의 집이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의 혁신과 이에 따른 사회·경제 구조상의 변혁이 바로 산업혁명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지에서는 많은 농민들이 도심으로 몰려들면서 노동자가 되기 시작했다. 도시 곳곳에 빈민촌이 생겼다. 하층 노동자들은 집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곳에서 살았다.

이들을 위한 집이 필요했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건축가로 활동한 르 코르뷔지에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지를 고안했다. 그는 1952년 마르세유에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세웠다. 가로 137m, 높이 70m에 달하는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337가구 1600여 명이 살 수 있도록 지어졌다. 이 건물이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로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활하기에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아파트를 선호한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공급도 많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른다.

재건축이 이뤄지는 제주시 이도주공 2·3단지 아파트의 일반 분양가가 전용면적 128㎡(38.7평) 기준 13억3700만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93㎡(28평)는 10억4900만원에 달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주지역의 경우 지난해부터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세대당 평균 가격이 10억원이 넘는 곳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는 치솟고, 금리는 올라서 서민들이 아파트 한 채 소유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아파트 가격은 억, 억 오르지만 서민들은 헉, 헉거린다.

가난한 이의 아파트를 생각했던 르 코르뷔지에가 이 소식을 들으면 지하에서 땅을 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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