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Road 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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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끊임없이 길이 생긴다. 길은 동산을 뭉개고 숲을 관통하며 마을을 동강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길은 자동차 바퀴가 점령해 버렸다. 동물에 사람까지 숱한 생명들이 그에 깔려 죽어간다.

인간의 개발 욕심 탓에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은 나날이 줄고 있다. 생태통로는 그런 고통을 겪는 야생동물들이 찻길을 건너지 않고도 서식처를 오갈 수 있도록 만든 길이다. 주로 인공구조물과 식생으로 이뤄진다.

검색해보니 1950년대 프랑스가 최초 생태통로를 설치했다. 이후 독일·스위스 등 유럽에서 야생동물 생태계 보호를 위해 터널과 육교 형태의 생태통로를 만들었다. 네덜란드에는 길이가 800m에 이르는 생태통로가 있을 정도다. 생태통로 개설은 사람들 때문에 고통 받는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지 싶다.

▲야생동물이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를 이른바 ‘로드킬(Road kill)’이라고 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로드킬 사고는 3만7261건에 달했다. 가장 많이 해를 입은 동물은 1만7527건으로 고양이였고, 멸종위기종인 고라니는 두 번째로 많은 1만847건이다.

제주지역 로드킬 사고도 만만치 않다. 작년 한 해만 1110건이다 최다 피해동물로 노루가 684마리였다. 로드킬 신고가 2018년 659건, 2019년 850건, 2020년 898건을 감안할 때 한 해 1000건 넘는 사고 건수는 놀랄 만하다. 공식 신고된 숫자가 이 정도니 전체 피해건수는 더 많을 터다. 사방팔방으로 뚫린 도로망에 차량 급증이 가세하면서 제주가 로드킬 사고 취약지로 둔갑하는 형국이다.

▲신이 만든 곡선을 인간은 직선으로 편다. 그 빠른 직선은 자연을 베고 생명을 위협하기 일쑤다. 그뿐인가. 콘크리트로 이뤄진 도시의 직선 또한 그것을 만든 인간까지 압사시킨다. 사람이 만든 길이 사람을 해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환경부는 올해 야생동물 찻길 사고가 잦은 80구간을 선정해 사고 저감 대책을 추진한단다. 제주에선 번영로와 제1산록도로, 5·16도로 등 6구간이 집중 관리된다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길이 생긴다는 건 야생동물 이동로 차단을 의미한다. 동물들에게 그 길은 사선(死線)이나 다름없다. 도로를 만들 때부터 생태통로를 확보해야 하는 당위가 여기에 있다. 그게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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