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敵)과 적수(敵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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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수사로 여야 관계가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사태가 발생하는 등 2022년 10월 대한민국은 정치가 실종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 보복수사’라고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중대 범죄 수사’라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지지하고 있다.

정권 교체 뒤 전직 대통령이나 야당 당수에 대한 ‘정치 보복수사’의 관행이 악순환하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며 끊임없이 반목하는 정치권을 보면서 음식을 차지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아귀의 모습인 ‘아귀다툼’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시급한 민생현장의 어려움과 무관한 ‘아귀다툼’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할 수가 없다.

정치권의 파국의 원인은 결국 한국정치의 고질병이 되어버린 ‘정치의 사법화’ 문제다.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정치를 무력화시키고, 정치 혐오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결국 ‘사법의 정치화’까지 가져오는 최악의 상황까지 불러올 수 있다.

▲정치학자인 야스차 뭉크는 2018년 펴낸 ‘위험한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의 기제 중 하나로 ‘적’과 ‘적수’를 구별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치인들이 적과 적수의 차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적수는 꺾고 싶은 상대이며, 적은 말살해야 할 상대”라며 “정치를 적수와의 관계가 아니라 적과의 대립 관계로 보면 민주정치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어사전도 적(敵)의 정의를 ‘서로 싸우거나 해치고자 하는 상대’로 규정하는 반면 적수(敵手)는 ‘재주나 힘이 비슷해서 상대가 되는 사람’으로 정의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이 가장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치권은 상대를 ‘적’이 아닌 ‘적수’로 여기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때 정쟁으로 지친 민심을 다독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야 모두 약자를 자처하면서 상대방을 강자로 규정해 극단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은 결코 정치가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죽도록 싸우는 ‘아귀다툼’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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