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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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행정사조합 고문행정사·이학박사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가수 패티킴의 구슬픈 노래가 가을의 끝자락에 와있음을 알리는 듯합니다.

조금 남아있는 가을 동안, 가을 풍경을 담은 낙서를 하고 싶습니다.

5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가난을 느껴 본 적이 없다는 어느 중년 부인과 그녀 어머니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가을의 정서를 닮았다 하여 부쳐진 그녀의 어머니 이름, ‘가을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셋방살이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어린 시절, 비가 새는 집에서 대야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장단 맞춰 동요를 들려주던 엄마의 맑은 노래가 너무 좋아 비 오는 날이 즐거웠답니다.

일하러 간다는 아빠는 2, 3일에 한 번 술 취한 채 집에 들어 오지만 바로 쓰러져 잠자리에 들었고, 아빠가 깰세라 ‘쉿, 쉿’ 하며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도 엄마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놀이였습니다.

아빠와 우리 남매가 잠에서 깨기 전, 이른 새벽에 공사장으로 출근하는 엄마는 아빠의 밥상과 우리 남매의 밥상을 따로 준비하였고 아빠의 밥상에는 항상 봉투가 놓여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아빠가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되자 엄마와 아빠가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대화하는 내용을 듣고 나서야 아빠가 술과 도박에서 벗어나 새 삶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엄마는 공사장에서 막노동일을 하면서도 자녀들 앞에서 무능하고 방탕한 아빠를 원망하거나 셋방살이에 대한 한마디 불평도 없었답니다.

언제나 밝은 모습인 엄마의 영향으로 중년에 접어든 지금도 가난과 불행을 모르고 산다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사고(思考)의 중요성이 담겨있습니다.

사람은 사고(思考)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가을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이 많아도 돈이 달아날 것만 같은 걱정으로 사람들을 경계하고 지갑을 여는 것은 더욱 두려워 돈을 쓰지 못하는, 불행하고 가난한(?) 부자들도 있습니다.

하룻동안 백록담 인근에 버려진 쓰레기양이 5t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값비싼 등산복을 차려입은 고급스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생각은 저급인 사람들이 많다는 게 놀랍고 참으로 안타깝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학교 교육의 문제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보았듯이 정치인들의 억지 논리의 주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란 ‘사회질서를 바로 잡는 역할’이라 하였는데 오히려 정치인들이 질서를 무시하는 풍조로 인해 사회에 파생되어진 사고(思考)의 불감증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고력이 부족한 집단은 부정적인 성향 때문에 평온을 찾을 수 없습니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도 즐겁게 어린 자녀들과 동요를 부를 수 있을 만큼 긍정적인 사고력을 가진 ‘가을 어머니’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게 합니다.

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해도 ‘가을 어머니’는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었으면 합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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