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사슴 이야기
제주와 사슴 이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노천명 시인의 시 ‘사슴’이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동물이 있다면 ‘말’과 ‘사슴’일 것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 “제주 지방에는 사슴이 많이 있는데, 다 잡아도 이듬해가 되면 여전히 번식하니 바다의 물고기가 변해서 사슴이 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기록했을 정도다.

한라산 정상의 분화구는 흰사슴(白鹿)이 떼를 지어 놀면서 물을 마셨다고 해서 ‘백록담(白鹿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제주의 유일한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의 상징물도 사슴이다. 사슴은 왕권(王權)과 희생이라는 복합적 상징으로 등장하는 ‘외유내강’의 동물로 제주대인들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는 외유내강 (外柔內剛) 정신의 소유자가 되자는 의미라고 한다.

사슴과 왕권의 연관성은 신라의 금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주의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금관은 3개의 나뭇가지 모양과 2개의 사슴뿔 모양의 장식으로 이뤄졌다.

▲서귀포시 삼매봉 앞바다에 있는 문섬을 ‘사슴섬(鹿島)’으로 바꾸자는 주민 제안이 서귀포에 접수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상고사연구소 이종석 소장은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에 문섬 명칭 변경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소장은 “1916년 조선총독부 고시를 보면 보목리에 숲섬(森島), 서귀리에 사슴섬, 법환리에 범섬(虎島)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며 “일제강점기 이전에 문섬을 사슴섬으로 불렀다는 사료”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제가 사슴섬을 비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1920년 조선지도에 모기섬(蚊島)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표기했고, 광복 이후 민둥섬이라는 뜻의 문섬(文島)으로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노천명 시인의 표현대로 무척 높은 족속인 사슴은 신라의 왕관에서 유추할 수 있고, 한라산 백록담의 사슴은 고귀함과 신성함까지 연상케 한다.

충분한 사료가 있다면 문섬을 사슴섬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