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 세대를 위한 기후변화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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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논설위원

살다 보니 벌써 60이다. 그동안 쉬지 않고 일했으니 이제 좀 쉴까도 해봤지만 오름도 하루 이틀이고 올레길도 사나흘이다. 그보다 하루 멀다 날아오는 입금계좌번호 찍힌 부조금 통지서가 장난 아니다. 이래저래 뭐라도 해볼까 하여 일자리 찾으려 하면 생뚱맞게 ‘낀 세대’란다. 경비원이나 주유원은 경력에 상관없이 40~50대 구직자들에게 밀리고 소득보전과 사회안전망 성격인 공공형 일자리는 70~80대 어르신들 몫이다.

내년부터 노인 일자리 정책이 바뀐다. 애초 우려처럼 예산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공공일자리가 줄어들고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동안 성장 없는 고용이 계속되면서 공공·노인·단기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쓰레기 줍기, 잡초 뽑기 등 단순 노무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만 증가하여 고학력 은퇴 중장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모자랐다. 이 때문에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숙련도 높은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린다. 시장형·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는 은퇴한 베이비부머를 위한 ‘신 노년 세대 맞춤형’ 일자리다.

정부는 경험이 풍부하고 근로 능력이 있는 60대를 고부가가치·고임금의 민간·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로 유도하면서 취업이 어려운 70대 이상 저소득 노인에게는 계속해서 공공형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자존감, 기여도, 자부심, 건강증진, 헌신 보상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단순 노동을 줄이고, 그간 경력을 고려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취지이다.

이런 취지를 잘 살린 낀 세대 맞춤형 업종으로 ‘기후변화 일자리’를 들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날씨 의존 산업인 농·수산업이나 관광업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따른 발전산업이나 교통·물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여러 지자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시는 울산 거주 만 55세 이상 시니어를 ‘탄소 중립교육 전문강사’로 양성해 지역사회 초·중학생에게 일상 속 탄소 중립 실천 방법을 교육하는 탄소 중립교육 전문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주시는 노인 일자리사업으로 ‘에너지 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에너지 지킴이들은 건물에너지진단, 에너지 자립 돋보기, 전주시 햇빛 발전소 조사 업무 보조 등을 하고 있다. 시흥시는 관내 중장년 취·창업 희망 여성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태백시는 생태환경 보호와 지역의 기후조건에 부합하고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는 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지도사’를 양성하고 있다.

물론 제주 지역도 손 놓고 있지 않았다. 서귀포시는 자원봉사 인증제와 연계한 투명페트병 수집으로 올 8월까지 260t을 처리하여 1억4000만 원 상당의 소득을 올렸다. 이외에도 도시 바람길 숲, 미세먼지 차단 숲 등의 생활권 녹색 숲 조성으로 탄소 배출이 줄었다. 제주도는 2040년까지 도내 전역에 도시공원 39곳을 조성한다고 한다. 그곳에 공해에 강한 나무를 심어 오염확산을 차단하고 깨끗한 공기를 유도하여 대기를 정화할 수 있는 녹지를 만드는 계획이다.

오직 한라산만이 랜드마크인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들에 아직은 쓸만한 힘과 숙련된 기술, 굳은 의지를 고루 갖춘 60대 낀 세대들이 적극, 참여했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래야 내 인생의 가을날, 누가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었을 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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