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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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애월문학회장·시인

10월 황금연휴라 운동도 할 겸 집에서 가까운 놀이터로 향했다. 제주시 1호 놀이터라는 곳이다. 어르신들이 걷기 운동이 한창이고, 어린이들은 그네며 미끄럼틀을 타며 놀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있는 육각정 쉼터에는 청소년 몇 명이 누군가 갖다놓은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렇듯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 틈에 끼여 놀이터 둘레를 걸어본다.

몇 바퀴 돌았을까. 어르신 서너 명이 쉼터로 들어선다. 청소년들은 어르신들이 들어오든 말든 전혀 아랑곳 않고 휴대전화에 몰두한다. 자리를 양보할 기미는 없고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불량 학생으로 보이진 않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은 ‘놀이터 주변 청소도 하고 쉬기도 해야 하는데 어른이 들어와도 자리 양보는커녕 인사도 하지 않고 휴대전화만 쳐다볼 수 있느냐’고 나무란다.

그래도 그 청소년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 5분쯤 지났을 까. 누가 신고했는지 모르지만 경찰관 두 명이 다가와 말을 하지만 ‘네, 네 알았어요.’ 대답만할 뿐 고개조차 들지 않는다.

경찰관의 거듭된 설득 끝에 결국은 자리를 뜬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전부는 아니지만, 요새 청소년들이 개인주의에 물든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요즈음 아파트 문화 속에 익숙해버려 개인주의, 자기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밥상머리 교육이라 생각한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삶을 나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함께 식사를 하며 부모로부터 세상사는 지혜, 사람을 대하는 예절 등 인성을 배울 수 있다.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에게 온 가족이 두레밥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는 건 삶을 공유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부모에게 조언을 듣고 공경심과 예절 등을 몸으로 익혀나가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음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고 가족의 화목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밥상머리 교육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같이 살아도 함께 밥을 먹고 삶을 나누기보다 각자 끼니를 때우는 밥상문화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어머니는 남편과 이별하고 혼자서 오바마를 키웠다고 한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매일 일찍 일어나 음식을 만들어 오바마와 함께 먹으며 숙제도 도와주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훗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됐는지도 모른다.

자녀의 인성을 위해서라도 식사가 단지 끼니를 때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네모난 식탁인 아닌 둥근 두레밥상에서 식사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필자도 과거 네모난 탁자나 밥상을 사용해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툭하면 짜증을 내기 일쑤였고, 하는 일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지인의 제안으로 두레밥상으로 바꾸었더니 점차 마음도 유연해지고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고 짜증도 많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두레밥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가족의 화목을 위하고 나눔과 배풂의 미덕을 만들어 나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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