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된 식사가 한상차림으로 정갈하게 놓여 있다. 식탁을 보는 순간 허기진 배보다 식당을 훑어보며 테이블 수를 헤아려 보게 된다. 어림짐작으로도 300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는 큰 식당이다. 손님을 신속하게 처리하려 함일까, 테이블마다 비닐식탁보가 두툼하게 깔려있다.
오는 11월 24일부터는 카페나 음식점 등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플라스틱과 빨대 사용은 전면 금지된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때문이다. 규제 용품으로는 일회용 소재로 만든 컵과 접시 그리고 각종 용기 등이며 비닐식탁보도 포함되었다.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이유로 유예되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강화된 것이다. 앞으로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 모든 영업장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시행되면 영업장 종사자나 고객은 불편할 수도 있다. 점주로서는 다회용기를 씻을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하고, 고객은 다회용기의 위생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용기를 깨끗이 세척하고 위생적으로 보관하고 있는지, 살균 처리는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소비자가 이런 의구심을 품기 전에 고객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매장에서는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살균세척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불편하더라도 다회용품 사용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일회용품 대체재가 개발되기 전까지 다회용품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건강한 지구를 위한 실천은 사용자?소비자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욕구만큼이나 지구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가 사용했던 일회용품 흔적들이 뭍이면 뭍, 바다면 바다에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수거되지 않은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바다에 떠 있는 일회용 부유물을 먹이로 착각해 먹은 해양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편리만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가끔 비닐식탁보가 깔린 식당에서의 식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폐비닐식탁보 처리 과정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서이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올바른 분리배출은 이루어지고 있는지….
비닐식탁보가 영업주로서는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와 빠르게 테이블 정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사용이 편한 만큼 재활용 분리배출은 쉽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식사를 마친 손님이 일어서자 그릇만 정리하고, 테이블 위에 있던 물티슈랑 냅킨이 있는 채로 둘둘 말아 이동식 쟁반에 올린다. 비닐식탁보를 이물질과 섞인 채 가져가는 것을 보면 일반쓰레기로 처리함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미래세대가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은 모두의 관심과 참여뿐이다. 우선은 일회용품 줄이기와 환경을 위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실천 그리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일회용품 사용 저감 대책이 시급하다. 저감 대책의 하나였던 아이스팩 수거 재활용 사업은 잘 시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쪼록 11월 24일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부디 정착되길 바란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