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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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20여 년 전 필자가 사건기자로 경찰서를 출입할 때 일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형사들과 이런저런 사건 얘기를 하다 13세인 형사미성년자가 상습적으로 절도를 하다 형사계를 밥 먹듯이 드나든다는 말을 들었다.

그 소년에게는 사연이 있었는데 이혼한 부모 때문에 할머니 밑에서 동생과 살고 있었고,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해 거리로 나돌고 있었다.

이 사연을 알게 된 당시 경찰서장은 소년을 풀어주면서 해당 지역 파출소장에게 부모의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파출소장 역시 1년여 간 소년을 거의 매일 찾아가 따뜻하게 감싸줬고, 결국 그 소년은 수년 후 대학에 입학했다며 당시 파출소장을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따뜻한 주변의 관심이 한 소년의 미래를 바꾼 것이다.

▲최근 법무부가 촉법소년 상한 연령(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만 13세로 낮추는 내용 등이 담긴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으로,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데 법이 개정되면 만 13세는 촉법소년에서 제외된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촉법소년 연령 조정은 소년범죄 예방에 실효적이지 않고, 오히려 상한 연령을 낮추면 아동이 범죄성향을 학습하거나 소년범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낙인과 차별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인권단체들도 “엄벌화가 아니라 소년보호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년 전과자 양산을 우려하고 있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 조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아동의 정서나 신체 성장 속도가 빨라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촉법소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려는 것은 결국 소년범죄에 대해 국가나 사회, 가정, 학교가 함께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법의 잣대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결국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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