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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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다시 수능이 온다. 11월이면 늘 어김없이 수능이 찾아와서 힘들게 한다.

몇 년 동안은 웬만하면 대입 정원을 늘려줘서 수능만 응시한 학생은 진학에 어렵지 않았다. 누구 말마따나 대학은 아무나 가는 곳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대입 정원을 2025년까지 1만6197명이나 줄인다고 한다.

전국 대학 96곳이 감축 나서 교육부는 1400억원을 지원키로, 감축 규모가 클수록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나는 독학 3수생이다.

한 해를 재수했을 때 예비고사에 합격했으니, 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수준에 맞는 농과대학을 진학했으면 참 잘했겠지만 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예비고사만 합격하면 서너 번씩 일반대학에 응시할 수 있었던 때의 얘기다.

그러나 늘 시험은 변동이 있어서 수험생들을 힘들게 했다.

내겐 어려움이 여러 가지였다. 공부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독학의 여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병약한 아버지가 남의 논에 소작을 하면서 고독성 농약 살포 중 쓰러지고, 그 이후는 동생들과 같이 구입한 감귤원 관리를 했다.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 사람의 인생이 많이 달라진다. 그 시초가 수능임으로 좋은 대학을 선택하고 성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버지는 소작농이었다. 대학은 꿈도 꾸지 못한 상태애서 실업계인 농고를 선택했다. 그 당시는 지금의 수능인 대학입학예비고사가 대부분의 농고생을 좌절하게 했다. 몇 해가 지속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모 은사는 “농고 나와서 대학 못 간다”는 단호한 조언을 해줬다. 오히려 내겐 진학의 꿈을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애초에 진학을 꿈꾸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겁 없이 진학의 꿈을 살랐다. 다른 일반계열 고등학교에선 국·영·수가 대입과목이었고, 동료 81명 중 혼자 진학을 했다. 농고 나와서 왜 대학을 못 가는가. 친구들은 물론 졸업 후 1~2년 학원에서 재수를 하고 모두 중도 포기했다.

부득불 농사짓는 시간이 반은 됐으니 시간이 모자랐지만, 3수를 하고 4수를 할 수는 없었다. 대학 입학 후 4개월 만에 군 입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독학으로 어려웠던 점은 수학을 극복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교육부의 방침이 많이 변했고, 수능만 응시하면 웬만한 대학은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능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많은 시험을 거치는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일일 뿐 대안이 없다.

내게 어려우면 남에게도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면 대입도 돌파가 가능한 어려움이다.

목표했던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수능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은 마음도 추운데 날씨마저 짓궂어서 애를 먹이는 게 연례행사였다. 수험생도 그 부모도 수능이 끝나면 우선 만세를 부르리라. 성적표를 받기 전까지는 온갖 예상이 난무하겠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수 없이 여러 시험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셨던 나의 아픔도 수십 년 세월이 흘렀지만 앙금은 여전하다.

남은 시간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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