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제주시조백일장, 장원 3명 포함 35명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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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공부 어려운 현실서 중등부 약진 반가워
제주시조시인협회·제주일보 주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후원
한윤정 어도초 교사, 지도교사상 20일 제주문학관서 시상식

제주시조시인협회(회장 한희정)와 제주일보(회장 오영수)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후원한 제31회 제주시조백일장 심사 결과 일반부와 중등부, 초등부에서 장원이 나왔다. 
장원 당선작은 일반부의 경우 변경미씨(제주시 조천읍)의 ‘카르마’가, 중등부는 문주환 학생(대정중 3)의 ‘겨울도 따뜻해’, 초등부는 김서율 학생(무릉초 5)의 ‘제주도 액자’ 등이다. 
올해 제주시조백일장은 500여 명이 응모한 가운데 장원 3명을 포함해 총 35명(일반 3명, 중등 11명, 초등 21명)이 입상했다. 지도교사상은 한윤정 교사(어도초)에게 돌아갔다. 
김정숙 심사위원장은 “중·고등학교에서 시조 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에서 특히 중등부의 약진이 반가웠다”며 “시를 씀에 있어 기초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순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요즘 세상엔 시를 쓰는 시인이 따로 있고 시만 읽는 독자가 따로 있지 않다”며 “시조를 통해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마음껏 쓰고 즐기기 바라며 응모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31회 제주시조백일장 시상식은 20일 오전 11시 제주문학관 4층에서 열린다. 

■ 부문별 장원 작품

▲ 일반부 장원

카르마

변경미(제주시 조천읍)

기억나니
아라벌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닌 나
자기 팔자 자기가 만든다고
지금도
땀띠 투성이 타고 난 건 어쩔 수 없나봐
 
남편은
작은아들 네 살 때 서울 갔어
그 아들이 스물 넷 20년이 다 됐네
그래도 한 이름 한다고 세계에 알려졌지

힘들었지, 홑벌이가 얼마나 되겠어
챔피언 트로피는 비어있는 돼지저금통
빈 그릇 긁으면서도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

지나고 보니 까마득해 어떻게 지내왔나
지금의 모습은 작은 선택들의 총합
나만의 운명이라면
다시 돌아가도 
받아들일 
수밖에

▲ 중등부 장원

겨울도 따뜻해

문주환(대정중 3학년)

아빠가 건네 준 붕어빵은 따뜻해
바람도 호호 불며 한 입 먹고 가고
내 손이 맨 먼저 좋아해 아이 따뜻해

이 작은 물고기가 내 마음도 녹인다
아빠의 마음에서 내 마음 헤엄치며
얼었던 몸과 마음들 스르르 녹는다

▲ 초등부 장원

제주도 액자

김서율(무릉초 5학년)

바람이 살랑이는
야자수 뒤편에는

철썩철썩 파도들
가지런한 돌담들

■ 부문별 장원 당선 소감

▲ 일반부 장원

인생은 끝나지 않는 새로움의 연속

변경미(제주시 조천읍)

학생 시절에는 막연히 글을 쓰고 싶었다. 밤늦도록 원고 쓰는 일을 하다가 보니 글도 늘어 무언가 대단한 작가가 되나보다 기대도 했다. 결혼을 하고 주부로 살면서는 길을 잃고 헤매었다. 아이들이 크고 직장을 다니면서야 글쓰기 강좌를 기웃거리고 봉아름문학회를 창립하여 회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작가의 꿈을 꾸던 때에서 한 세대가 흘러서야 내가 원하는 운율의 시를 발견했다. 두뇌 활동이 가장 왕성할 때가 50대라더니 지천명이 되어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알게 되었다. 재작년 제주시조 백일장에서 차상으로 상을 받고 어안이 벙벙했는데 올해 장원 소식을 듣고 갑자기 오금이 저린 이유는 이게 끝이 아닌 긴 여정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오로지 나만의 십자가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왕성한 두뇌 활동만큼이나 부지런히 쓰는 일만이 초심자의 행운에 보답하는 일일 것이다. 
우주의 기운이 되어준 제주시조시인협회와 제주일보 관계자님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문학회 회원들과 용기를 나눈다. 아이들에게는 저물지 않는 열정을, 멀리 있는 남편에게는 믿음을 전하고자 한다. 가보지 못한 길을 걷게 된 나그네의 심정을 프로스트에게 말해주고 싶다. 참으로 인생이란 끝인가 싶어도 끝나지 않은 새로움의 연속인 것이다.

▲ 중등부 장원

내 손 녹이던 작은 물고기로 올 겨울 따뜻하길

문주환(대정중 3) 

저는 대정청소년수련관 방과후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습니다. 거기서 영어 수학 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 취미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야기 톡톡 시간이 있어 문학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학과 공부는 하지도 않고 놀기만 하던 제가 문학 공부하면서 시와 시조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제주시조백일장에서 제가 상을 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장원이라고 하니 감개무량합니다. 무슨 말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신 아카데미 선생님들께 먼저 감사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어제 비가 내리더니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성큼성큼 가을이 가고 이제 곧 겨울이 올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 누구나 한 번 쯤은 먹어본 붕어빵 그 붕어빵을 소재로 쓴 게 이번 상을 타게 된 ’겨울도 따뜻해’입니다.
텔레비전만 켜면 물가가 오른다고 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아마 올 겨울 붕어빵 값도 많이 오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빠와 붕어빵은 같이 먹고 싶습니다. 호호 불면서 입부터 먹을까 꼬리부터 먹을까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겨울에 붕어 빵 파는 곳이 없다면 얼마나 허전하겠습니까. 내 손을 녹이던 작은 물고기, 우리 언 마음도 녹이면서 올 겨울도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문학공부 하면서 시조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초등부 장원


우리나라 전통시 알고 전파할 것

김서율(무릉초 5)

안녕하세요? 2022년 제주시조 백일장에 참가해서 영광의 장원이 된 무릉초 5학년 김서율이라고 합니다. 제가 제주로 전학 와서 무릉초 다니면서 가장 좋은 건 야자수와 바다와 돌담이 가득한 아름다운 제주 환경이었습니다. 그리고 국제학교를 목표로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면서도 학교에서 방과후 독서논술 수업을 빠뜨리지 않고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먼저 동시의 세계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처음엔 귀찮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지만 선생님은 나의 느낌을 쓰면 언제나 “넌 창의적인 글을 잘 쓰는구나!”하며 칭찬해 주셨어요. 
그러더니 5학년이 되면서 시조 지도를 해주셨어요. 우리나라 전통시를 모르면 안 된다고 초장, 중장, 종장의 묘미를 알게 해주셨고 ‘3, 4, 3, 4 /3, 4, 3, 4 /3, 5, 4, 3’의 형식을 끊임없이 연습시켜 주셨어요. 그래도 너무나 힘이 들어 아무 기대 없이 그저 솔직한 제주에 대한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응모했는데 영광의 장원이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나의 생각을 동시조로 써 보고 우리나라 전통시의 매력을 전파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제주시조시인협회의 선생님들께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심사평

시조의 바닥에 든든한 돌 하나 보탤 것이라는 기대 

김정숙 심사위원장

다산은 ‘시는 시대의 울음’이라 했다. 시대의 울음이 나의 울음이고 나의 울음이 시대의 울음이다. 울분과 고뇌로 응어리진 마음을 시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다. 시는 이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아름답고 간결한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삶을 빛나게 한다. 
‘카르마’라는 작품으로 변경미씨가 2022년 제주시조백일장 장원을 차지했다. 빈 그릇을 긁으면서도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과 순간순간 선택으로 만들어낸 지금에 위안을 받는 내용으로 고른 작품 수준을 보여주었다. 
나이 오십 지나 집 한 채 마련하고 저문 하늘을 바라보는 우리 시대 자화상 같은 시인의 눈에 심사위원들이 마음이 닿은 듯싶다. 특별하게 뛰어난 내용이나 오감을 태운 문장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시조의 바닥에 든든한 돌 하나를 보탤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번 백일장에서도 중등부의 약진은 반가웠다. 응모작품 수보다도 심사위원들이 모두 작품들이 좋았다고 평했다는 걸 말해두고 싶다. 우리 현실이 중·고등학교에서 시조 공부를 한다는 게 쉬운 일 아니라는 건 다 안다. 아마도 초등교실이나 지역 도서관 등에서 시조 쓰기 수업을 꾸준히 해온 시조 시인들과 초등교사들의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빌려 여러 선생님께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 
중등부 장원은 대정중학교 문주완 학생의 ‘겨울도 따뜻해’로 선정했다. 아빠가 사 온 붕어빵에서 아빠의 따뜻함을 읽어낸 작품이다. 
초등부는 예년과 다름없이 올해도 응모작이 많았다. 장원은 제주도를 하나의 멋진 그림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진 무릉초등학교 김서율 학생의 ‘제주도 액자’가 차지했다. 지면 관계상 자세히 언급하지 못한 점이 아쉽고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인다. 
요즘 세상엔 시를 쓰는 시인이 따로 있고 시만 읽는 독자가 따로 있지 않다. 특히 시는 생략하는 데 능하고 설명하는데 질색인 장르다. 요즘 젊은이들 취향 저격 장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응모작품 중에는 거론되지 않는 작품은 단 한 편도 없었다. 부디 시조를 통해 마음껏 개성 넘치는 작품을 쓰고 즐기기 바란다. 
수상하신 분들께는 축하와 함께 정성껏 응모해주신 분들께도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입상자 명단

▲일반부
△장원 변경미(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차상 변수형(제주시 연동)
△차하 황희영(제주시 용담2동)

▲중등부
△장원 문주환(대정중 3)
△차상 이서연(무릉중 1), 고하민(탐라중 2)
△차하 김효주(중앙여중 1), 김주빈(애월중 1)
△장려 이설아(동여중 1), 조현주(애월중 1), 김도윤(제일중 1), 서예원(동여중 1), 양승혁(애월중 1), 이솔비(세화중 1)

▲초등부
△장원 김서율(무릉초 5)
△차상 최원준(가파초 6), 이정원(신례초 5), 김호원(광양초 6)
△차하 강태엽(오라초 4), 임연지(아라초 5), 이미연(덕수초 4), 오초아(안덕초 3), 이청솔(대정초 6)
△장려 유하준(세화초 3), 양지호(신례초 6), 문서빈(어도초 5), 김경준(세화초 6), 고예진(광양초 5), 강지혁(광양초 6), 서차민(서광초 5), 김재빈(세화초 6), 곽건우(세화초 6), 고동범(어도초 5), 위승연(어도초 5), 강성준(어도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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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미 2022-11-19 15:12:09
기자님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변경미 시조 내용에 오기가 있어 댓글 남깁니다. 첫 연에 문장 중
'기억나니
아라벌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닌 나
자기 팔자 자기가 만든다고
지금도
땀띠 투성이 나고(타고) 난 건 어쩔 수 없나봐'

출처 : 제주일보(http://www.jejunews.com)
수정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