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your father
I am your fathe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I am your father

정복영,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이사장



2015년인 것으로 기억한다. 쓰레기를 주제로 만든 광고가 대한민국광고대상을 수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름하여 I am your father. 이 광고는 새 제품인 두루마리 휴지가 위험에 처하자 폐 우유팩이 구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목숨을 건진 두루마리 휴지가 은인인 폐 우유팩에게 당신누구냐고 묻자 스타워즈의 명대사를 인용해 대답한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두루마리 휴지가 실상은 버려지던 폐 우유팩에서 재탄생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가뭄, 홍수, 산불 등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변화는 화석연료에 기대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향유해온 결과물들이다. 자원이 유한하다는 명제에 흔쾌히 동의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를 부추겨 왔다. 길모퉁이에 담배꽁초를 머금은 채 버려져 있는 일회용 컵이나 산책로 풀숲에 나뒹구는 생수병 등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폐기된 모습이다. 마지막 단계인 폐기대신 재자원화의 다리를 놓아 순환경제로 진입하면 버러지는 쓰레기가 지구를 구하는 자원이 된다.

2022년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자원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전 세계 식량가격이 치솟고, 에너지 부족현상에 자구책을 마련하기에 여념이 없다. 자원민족주의의 벽은 갈수록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치솟는 원료수입가격으로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높은 가격에 들여온 이상 효용이 다할 때까지 재사용하거나 재자원화해야 한다.

쓰레기를 재자원화하는 일이 환경보전뿐만 아니라 산업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됐음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자원순환보증금 센터가 운영하는 빈병보증금제도가 있다. 먹고 버린 음료병을 자연계로 나가지 않도록 되가져오게 유인하는 정책이다. 직접 규제하는 대신 일정금액의 보증금을 선부과하고 빈병을 반환할 때 돌려주는 단순한 제도이다. 빈병 생산 및 폐기에 책임이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일정한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에도 충실하다. 그 결과는 놀랍다. 무려 98%에 이르는 빈병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빈병보증금제도의 성공을 바탕으로 대상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빈병, 플라스틱, 캔 등으로 보증금대상품목을 꾸준히 넓혀오고 있다. 환경부도 오는 12월 2일부터 일회용컵에 대한 보증금제를 시행한다. 빈병에 이어 일회용품의 재자원화를 향한 두 번째 걸음이다.

제주도가 세종시와 더불어 선도 지자체 중의 하나가 돼 앞서 나가기로 했다. 지역민들의 높은 환경의식,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보존, 관광객들의 일회용컵 수요 등을 고려한 맞춤결정이다. 제주도민의 첫 걸음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또한 모든 플라스틱, 캔 등으로 보증금대상 품목이 확대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의 선택과 노력이 가져올 결과는 미래세대가 답할 것이다. 자원순환보증금센터도 제주도민 곁에 바짝 붙어 제도시행으로 인한 불편함이 없도록 끝까지 살펴 나갈 것이다.





※본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