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삼켜버린 삶의 터전...도움 받을 가족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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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의 한 단독주택에서 만난 오동수씨가 적십자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7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의 한 단독주택에서 만난 오동수씨가 적십자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진 거라곤 집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잃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참 막막합니다.”

27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의 한 단독주택에서 만난 오동수씨(73·가명)는 까맣게 타버린 집을 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사건은 이른 추위가 불쑥 찾아왔던 지난달 31일 발생했다. 매캐한 연기에 잠을 깬 오씨가 황급히 방문을 나서보니 화목보일러에서 시작된 불길이 천장까지 번지고 있었다.

오씨는 서둘러 아내를 깨우고 119에 화재를 신고했다. 하지만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진압에도 화마(火魔)는 집 전체를 삼켰고 결국 오씨는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해주듯 현관 앞에는 미처 챙기지 못한 신발과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몸만 겨우 빠져나온 오씨와 그의 아내는 한 달째 창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설상가상 오씨는 지난 5월 만기된 화재보험의 갱신 시기를 놓쳐 이번 피해를 오롯이 다 떠안게 됐다.

오씨는 1997년 IMF 경제 위기 당시 잘못 쓴 빚보증으로 사업이 망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씨가 수십억의 빚을 떠안게 되자 가족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오씨는 “채권자들이 아들 회사까지 찾아가 독촉을 해대니 아들은 어렵게 얻은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며 “그렇게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한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월남전 참전 유공자인 오씨는 보훈 급여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비를 겨우 충당하고 있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뇌병변과 척추 장애를 앓고 있는 그는 몸도 성치 못하다.

오씨는 “남은 세월동안 마당을 가꾸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울먹였다.

오씨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후원 문의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758-3502, 문자 기부 #7079-3501(건당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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