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판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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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옛날 그리스의 어느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강물은 계속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전에 내가 발을 담갔던 그 물에 또다시 발을 담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강물은 계속 흐르는 것이요. 인생과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라는 철학자가 그런 말을 했는데, 인생과 역사에서 변화를 강조했다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변화가 있고 희망이 있어야만 우리의 삶이 살아 움직이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놀라운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엊그제 권력을 잡았던 사람들이 오늘은 권력을 되찾으려고 길거리를 외치며 다니는 그런 나라이다.

길거리에서 외치는 사람들이 친일이다 반일이다 외치면서 이 나라의 과거사를 거론할 때, 과거사를 외치는 동안에 그들은 과거와 감정에서 유대감을 형성하여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과거사를 거론하는 것이다.

그런데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과거사는, 그 과거사에 근거하여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려는 의도에서 전해져온 과거사이다. 출애굽은 오래전 과거에 일어난 과거사이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스라엘 백성은 불가능한 현실을 넘어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려고 했다. 절망의 현실을 넘어서 미래와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는 이야기가 성경적인 과거사 이야기인 셈이다.

최근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사회적 투쟁의 흐름을 보면, 희생된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외치면서도 희생된 생명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진보적인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들의 정치 사회적 투쟁은 이 나라의 미래와 희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미래와 희망은 그들 반대편에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과격한 구호와 투쟁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견디어가는 공직자들을 보면서 이 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희망을 느낄 때가 있다. 거짓과 혼란의 시대를 견디어가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성숙한 판단력을 갖추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느끼기도 한다. 백성들의 정치 사회적 판단력이 성숙해가는 만큼 거짓된 권력이 이 나라를 장악하기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어두움이나 희망 모두가 이 나라의 미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어떻게 했는지? 여기서 과거사의 늪에 그냥 주저앉고 말았는지, 지혜로운 판단과 용기를 가지고 세계사의 위기를 넘어 앞으로 나아갔는지?”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서 우리는 판단과 심판의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자녀와 후손들이 과거사를 뒤돌아보며 감사하게 될 것인지? 그런 과거사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그들의 힘겨운 역사 현실을 걸어가게 될 것인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판단과 심판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우리 자신과 우리의 현재를 바라보는 성숙한 판단력이 필요한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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