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와 건강한 노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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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순, 문학박사/ 논설위원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철학자이자 수필가이며, 건강한 장수의 삶을 사는 것으로 더 유명한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그가 102세 되던 해 2021년,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 글 한 대목을 소개한다. ‘살아보니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일을 많이 하고, 행복한 건 60세부터였다. 살아보니 그랬다. 사과나무를 키우면 제일 소중한 시기는 열매 맺을 때다. 그게 60세부터다. 인생의 사회적 가치는 60부터 온다. 60을 넘어 90까지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50세부터 준비해야 한다.’라고 그는 답한다. 100년을 살아 본 철학자가 주는 삶에 대한 조언이다.

이제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노래 제목은 현실이 되었다. 100세 시대는 60세에 또 한 번의 삶을 시작하는 기회를 줬다. 하지만 늘어난 수명만큼 그에 따른 문제도 보인다. 옛날에는 없던 치매 유병자들을 우리의 삶 곳곳에서 마주하게 된다. 아니 정확히는 옛날에 치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치매를 앓기 전에 생을 마감했을 뿐이지.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치매 같은 정신적 질병과 더불어 육체적 노인질환 문제가 발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UN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전체인구 대비 노인 인구가 7% 이상 14% 미만인 국가를 ‘고령화사회’, 14% 이상 20% 미만인 국가를 ‘고령사회’, 20% 이상인 국가는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 이후 노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고령사회가 되었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바로 코앞에 와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언론 매체 등, 사용 용어도 80대 여성, 60대 노인, 55세 이상 어르신 등 제각각이다. 아직 노인의 범위나 지칭하는 용어의 정립도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자신도 노인이 된다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노인은 몇 살부터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으면, 누구든 자신보다 10살 위부터라고 답한다고 한다. 60세든 70세든, 자신은 아직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 젊다는 생각은 정신적으로는 훨씬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낼 것이다. 다만 자칫 노년 준비를 놓칠까 하는 우려는 있다. 어느 날 쓰러지고 나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듯, 모든 정신적·육체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돼서야 노인의 반열에 들어섰음을 깨닫는 듯하다. 보통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은 노화한다는 사실을 개개인이 인식하는 것이다. 즉 나도 노화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래야 아직 젊고 건강했을 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늙고 죽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다만 어떤 노년의 삶을 살지는, 개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 제2의 삶을, 건강한 노년을 즐기려면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위한 공부와 운동도 필요하다.

9988234. 암호 같은 이 숫자는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의 건강 장수의 소망을 담은 신조어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 2~3일 앓아누웠다가 죽고(4) 싶다는 의미다. 이 소망을 이루려면 개개인의 노력과 함께 정책적으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치매안심센터 등 이미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있어도 몰라서, 혹은 알아도 불편해서 이용 못 한다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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