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생존수형인 74년 만에 무죄…“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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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4·3 생존수형인 박화춘씨 직권재심
아들과 함께 재심재판을 받고 있는 박화춘씨.
아들과 함께 재심재판을 받고 있는 박화춘씨.

한평생 4·3 피해 사실을 가슴 속에 숨겨 온 생존수형인이 7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6일 광주고등검찰청 소속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하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4·3생존수형인 박화춘씨(95)의 직권재심에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4·3생존수형인이 직권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4·3 당시 서귀포시 중문면 강정 월산마을에 살던 박씨는 동굴에 숨어지내다 토벌대에 붙잡혀 고문을 당하다 무장대에 보리쌀 두 되를 줬다고 허위 증언을 했다.

이로 인해 1948년 12월 26일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 내란죄로 회부된 박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전주형무소와 서대문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박씨는 4·3 당시 수감생활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혹여나 자녀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7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

그러다 최근 제주4·3평화재단의 추가 진상조사 과정에서 군사재판인 1차 군법회의와 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4·3피해자들의 신상정보가 담긴 수형인명부에 박씨의 이름이 기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박씨가 그동안 피해 사실을 숨겨 4·3희생자로 등록되지 않는 등 4·3특별법에 따른 직권재심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합동수행단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지만 제시된 증거가 없는 등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박씨의 가족들과 재판 참관인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고 박씨는 “그동안 창피해서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었다. 이제라도 고맙다”며 재판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재판을 참관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박화춘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동안 그 억울함과 한을 어떻게 견디셨을까 생각하니 감정이 북받쳤다”며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제주도정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씨의 재판에 앞서 이날 오전에 진행된 4·3 군사재판 수형인 30명에 대한 제19차 직권재심에서도 수형인 30명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4·3수형인은 521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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