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나 담수가 없는 제주의 지하수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먹는 물을 비롯한 생활·농업용수 등 모든 물 사용을 지하수에 의지한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필요할 때마다 지하수 개발이 끊임없이 이뤄져 온 것이다. 그런 도민의 생명수가 무분별한 허가로 고갈 위기에 직면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취수 허가량을 실제 사용량 기준으로 재조정하는 총량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지하수 취수 허가량은 4566공에 월 4886만4000t에 달한다. 지속이용 가능량 5435만4000t의 89.9%에 이르는 규모다. 지하수 자원의 바닥까지 뽑을 수 있게 허가해줬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건 특정 유역의 경우 필요 이상으로 허가량이 과다해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실제 북부 유역 가운데 조천과 애월, 일부 동지역의 취수 허가량은 기준치를 초과한 107~363%에 달했다. 서부 유역의 한림과 한경, 대정의 취수 허가도 170~254%로 적정 수준을 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년 전부터 한경면 고산리와 대정읍 영락·신도리 등의 농업관정에선 해수침투 현상이 일어난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지하수위가 해수면 밑으로 떨어진 곳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하수를 무리하게 뽑은 필연적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이로 볼 때 지하수의 보전에 대한 기대보다 고갈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진다. 제주도는 이에 따른 대책의 하나로 내년부터 실제 지하수 이용량을 근거로 허가량을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최근 3년간 지하수 이용량이 취수허가량의 80% 미만인 관정의 경우 연장 허가 때 감량하는 쪽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지하수 관리의 실효적 대책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3월 제주지하수연구센터는 이상기후 등 수자원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물 관리 체계의 일원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제언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불요불급한 관정 정비, 대체 수자원 개발, 지하수 인공 함양 등에도 힘써야 한다. 지하수 수위 조사·공표를 정례화해 도민의 협조를 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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