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총유 자산
마을의 총유 자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임시찬 수필가

일제강점기 지적측량을 시도한 것은 계획적인 국토관리보다는 세금으로 경제를 약탈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재 실제 면적보다 줄어든 면적으로 등재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대하는 데 힘들었던 당시에 세금을 적게 내려고 노력한 결과로 보는 이도 있다. 본인이 실제 경작하는 농경지도 이러한 상황인데 하물며 주위에 불모지 또는 현황도로 주변은 어떠했을까.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측량기술자는 어디에 유숙하고 누가 돌봐줬을까. 당시 구장 또는 유지분이 도와주었을 거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가 있다. 개인소유지 이외 공동으로 이용하는 토지가 누군가 명의로 불가분의 등재가 필요한 경우 선의의 명의신탁은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적지 않아 명의신탁된 토지와 금융 등을 본래대로 정리하라는 실명제가 특별 조치법으로 시행되었다. 우리 마을에도 당시 유지분의 명의로 신탁된 토지를 되돌려 받는 데 여간 애를 먹었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마을에도 존재할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암반지대 등으로 불용지인 이 유지가 산업의 다양화로 위치에 따라서는 개인 또는 사업체가 원하는 적지가 되는 경우를 본다. 대 도로변이고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지는 나지막한 동산을 끼었는데 행정에서 수년 전부터 공원용지로 지목을 정해놓고 마을과 줄다리기를 했다. 공익을 앞세운 행정의 계획을 돌리거나 맞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선대가 측량 훨씬 이전부터 마을의 총유 자산으로 이용 관리한 토지를 행정의 요구대로 결국 매각했다. 거액의 자금을 선대의 유산으로 쥐게 되었다. 선명하고 보람있게 쓰여야 할 자금이다.

어떻게 쓰이는 게 보람된 일일까 잠자리에서까지 뒤척이며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쌓아두면 잡음의 씨가 되어 갈등을 싹틔울 수가 있고 그냥 나눠준다면 선대의 덕을 금방 잊을 것 같아 귀중한 자금을 허투루 할 수가 없다.

마침 마을의 묘산봉 관광단지 사업 시행자가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마을과 기존 협약서 외에 조건을 추가로 삽입하게 되었다. 새로운 사업을 시행할 때는 마을과 용역을 체결하여 인력뿐 아니라 지역 농수산물 판매, 상용 물품까지 우선권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협약서를 발판으로 주민의 참여와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거금을 일일이 나눠줄 게 아니라 조합이라는 법인체를 창설하여 공동관리하자는 생각을 했다. 총회가 열렸고 선대의 유산 매각대금을 자본으로 주민의 권익을 위한 조합을 창설하는 데 동의를 구했다. 소수의 다른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찬성으로 결정이 되었다.

창립총회일을 며칠 앞두고 머리에서는 벌써 진행 중이다. 수일 전에 각 마을 이장과 도지사가 대화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 사실을 전하면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를 부탁했다. 너무나 바쁜 일정을 알기에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참석해 주신다는 통보다.

마을행사에 도백의 모습을 대한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고맙고 오래 기억되리라 생각한다. 선대가 마련해준 마을의 총유 자산으로 창설한 상생 협동조합의 영원한 발전을 위해서 단단한 초석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