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가려움증과 발진을 일으키는 접촉성 피부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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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선생님! 가렵고 진물이 나서 죽겠어요! 밤에 잠을 한 숨도 못자요!

피부는 우리 몸에서 외부 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부위로 외부 자극에 가장 먼저 손상을 받으며 또한 손상 후 정상적인 피부상태 회복을 위해 자극 물질(항원)에 대한 방어기전으로 우리 몸의 신체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인체보호의 최전선에 있는 기관이다. 접촉성 피부염은 우리 몸의 피부가 특정 물질에 의해 자극을 받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병변으로 광알레르기 접촉피부염, 알레르기 접촉피부염, 자극성 접촉피부염, 자극 접촉피부염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피부 염증질환이다.

접촉성 피부염은 크게 자극성 접촉피부염과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자극성 접촉피부염은 접촉성 피부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화학 물질(산, 알칼리 등), 독소, 기타 자극 물질(용제, 비누, 세제, 식물, 체액 등)의 접촉에 의한 염증성 질환이다. 이 중 일부 물질은 매우 자극적이고 몇 분 내에 피부 변화를 야기하는 반면 다른 물질은 덜 자극적이면서 보다 오랜 시간 노출을 필요로 한다. 평소에 별다른 문제없이 잘 쓰던 매우 순한 비누와 세제의 경우에도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접촉하면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동일한 자극 물질이라도 연령(소아 혹은 노인)과 주위 환경(고온 건조)에 따라 임상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자극성 접촉피부염의 특징은 손, 발, 얼굴, 귀, 가슴 등 신체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자극 물질이 직접 닿았던 부위에만 국한되어 병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려움증 보다 통증이 더 심하고 증상이 노출 용량이나 빈도에 비례하며 자극 물질에 대한 추가적인 노출이 없으면 최초 노출 후 1-2일 후 증상이 감소하게 된다. 소아에게 가장 흔한 자극성 접촉피부염은 기저귀 발진인데, 이는 소변이나 대변에 있는 분비물에 기저귀 착용부위가 장시간 노출되면서 생기는 피부반응이다. 이외에도 배수관 세척제, 아세톤 용제, 식물(포인세티아, 고추 등)과 같은 자극물질이 피부와 접촉하고 피부에 직접적인 손상을 유발할 때 발생한다.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접촉하는 물질 중에도 접촉피부염을 발생시킬 수 있는 물질이 여러 종 있으며(직업성 피부염) 드물지만 특정 물질에 닿거나 일정 음식을 섭취한 후 햇빛에 노출된 부위에만 자극성 접촉피부염이 나타나는 경우를 광독성 접촉피부염이라고 한다.

반면에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은 피부에 닿는 물질에 대한 신체 면역반응으로 수천 종의 물질이 원인이 되며 주로 금속, 보존제, 식물, 고무 방향제, 라텍스, 포름알데히드 방부제 등에 함유되어 있다. 담쟁이덩굴, 오크, 옻나무, 금속 보석류(니켈, 코발트) 등이 주된 원인이 되며 보석류의 일반적인 구성 성분인 황산니켈은 가장 흔한 알레르기 항원이다. 어떤 경우에는 단 한 번의 노출로 인해 감작될 수도 있으나 다른 경우에는 여러 번 노출된 후에야 감작되는 경우도 있다. 수년 동안 문제없이 사용하던 귀금속에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심지어 피부염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 연고(네오마이신), 크림, 로션 등이 이러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은 특정 화학제품에 선천적으로 매우 민감한 일부 사람에게 나타나는 면역 반응으로 자극성 접촉피부염과 달리 통증보다 가려움증을 더 많이 유발하며 노출된 물질(알레르기 항원)에 접촉한 지 24-36시간 이내에는 염증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항원 노출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것으로 세포면역을 매개로 하여 서서히 진행되며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에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최초 감작 후 다음 노출 시에는 4-24시간 내에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염을 야기한다.

접촉피부염의 증상은 주로 홍반(동그란 붉은 점), 부종 등을 동반한 습진 형태의 병변으로 원인이나 유형에 관계없이 가려움증과 발진을 일으키며 일부에서는 여드름성 병변, 두드러기성 병변, 다형 홍반, 색소침착, 육아종성 병변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최초에 접촉피부염 증상이 나타난 경우 병원을 방문하여 첩포시험, 유발시험과 같은 진단검사 후에 원인을 찾았다면 치료는 원인이 되는 물질에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미 발생한 접촉피부염의 치료는 습진의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시행하게 된다. 급성 접촉피부염은 특징적인 증상으로 홍반, 부종, 수포, 진물 등이 나타나게 되는데 가려움증과 물집은 아세트산 알루미늄(바로우 용액) 혹은 생리식염수를 적신 거즈로 냉습포를 시행하여 수포성 병변을 말리고 진정시킬 수 있다. 환부를 적신 후 건조시키는 드레싱은 삼출성 물집을 완화하고 피부를 건조시키면서 치유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으며 드레싱 후에는 수분이 많은 크림과 로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은 아무리 피부자극이 적은 성분이라 하더라도 용량이나 빈도에 관계없이 면역반응에 의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사용 시 주의를 요한다. 증상이 2-3일 내에 호전되지 않으면 증상이 온몸으로 퍼지기 전에 빨리 치료해야하며 가려워서 긁다보면 균이 들어가서 농가진이나 염증이 겹치기도 하므로 진물이 많아지는 것 같으면 감별진단을 위해 바로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감염이 있는 경우 스테로이드 피부연고를 함부로 바르면 병이 더 심해지고 오래 갈 수 있으므로 연고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먹는 약으로는 항히스타민제(베나드릴, 지르텍, 알레그라 등),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 등이 사용되는데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지 않으면 부작용으로 인해 얼굴이 붉어질 수도 있으며 장기간 복용하거나 용량을 점차 줄이지 않을 경우 심각한 스테로이드 전신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바르는 연고도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1주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약물 복용도 증상이 좋아지면 용량을 줄여서 3주 이내에 중지해야 한다. 일반적인 치료에도 병변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필요에 따라 광선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으나 전문의의 처방 없이 민감한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색소침착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마지막으로 정상피부 형태를 회복하기 위해 보습제를 사용한다면 잠재적 알레르기 항원이 거의 없는 비자극성 연고나 크림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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